여야의원 등 참석 ‘빈곤퇴치의 날’ 도심 집회
17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미나토구 시바이 공원.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맞아 일본에서도 반빈곤행사가 열렸다. 세끼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모자가정의 40대 여성, 난치병을 앓고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30대 여성, 의료비 부담 증가를 고발하는 80대 할아버지, 실직 뒤 아무런 사회보장을 받지 못한 50대 비정규 노동자 등이 단상에 올라 이야기할 때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이면에 숨겨진 ‘빈곤대국’의 현실이 차례차례 드러났다. 동시에 이날 행사는 일본 사회와 정치를 움직이는 반빈곤운동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참석자 수는 노숙자, 각종 운동 단체 회원 등 700명 정도의 작은 규모였지만 행사에 동참한 단체는 100곳이 넘었다. 또한 복지·고용정책의 주부부처인 후생노동성 정무관인 야마이 가즈노리 중의원 의원을 비롯해 사민당 부간사장, 공산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참석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약속했다.
자민당 정권 시절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던 일이다. 2007년 국회에서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생활필수품을 조달할 수 없는 절대빈곤층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라며 일본의 빈곤 자체를 부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일본의 상대적빈곤율(전 국민 소득의 중간에 못미치는 국민의 비율)은 애써 외면한 것이다.
야마이 후생성 정무관은 ‘잘 하지!? 새 정권-반빈곤 세상바로잡기 대집회 2009’라는 이날 행사명칭을 의식한듯 민주당 정부가 빈곤률 조사에 착수하는 등 반빈곤네트워크가 주창해온 빈곤퇴치 정책을 수용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과 연시에 열린 파견마을은 사회를 움직이는 큰 물결이었다”고 반빈곤운동 활동을 높이 평가한 뒤 “하토야마 정권에서 또다시 파견마을이 생기면 심판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빈곤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연말연시 해고와 함께 주거지를 잃은 비정규직의 긴급 피난처로 히비야 공원에서 ‘파견마을’ 을 설치해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렀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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