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이 노리코 공판 방청권 337 대 1
26일 일본 도쿄는 아침부터 쌀쌀한 가을비가 내렸다. 하지만 도쿄재판소 주변인 히비야 공원은 이상열기로 휩싸였다. 남편과 함께 마약인 각성제를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여배우 겸 가수인 사카이 노리코(39)의 첫 공판 일반방청권 20장을 손에 넣기 위해 6615명이 장사진을 쳤다. 선착순이 아니라 추첨을 통해 일반 방청권을 배포하는데도 39살의 남성은 전날 밤 11시10분에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 밤샘대기를 했다. 1996년 4월24일 옴진리교 교주의 재판 방청 대기자 수(1만2292명)보다는 적었지만, 방청 경쟁률 면에선 337대 1로 일본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행렬 중에는 1990년대 큰 인기를 누린 청순파 스타의 인생유전을 안타까워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민영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한 일본 언론이 지난 8월 초 사카이 체포 이후, 헬기를 동원하는 등 거의 매일같이 마약 스타의 사생활을 흥미 위주로 발가벗기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판 첫날 일본 민방은 먹이를 쫓는 굶주린 사자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민방들은 이날 아침부터 관련 보도를 내보낸 데 이어 재판이 시작된 낮 1시28분부터 사카이의 진술 내용은 물론 용모와 복장, 법정 태도까지 기자들의 릴레이중계 형식으로 미주알고주알 전달했다. 각 방송은 이날 보도특집을 꾸려 2~3시간씩 사카이의 공판내용을 전했다. 사카이 관련 보도의 경우 같은 시간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시청률이 1~2%포인트 높다고 한다. 사카이 사건은 올해 들어 경기불황으로 제작비를 크게 감축한 방송사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일본 사회만의 독특한 풍경인 재판 엿보기 붐도 이상열기를 부채질했다. 일본 영화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에는 성범죄만을 전문으로 방청하는 ‘재판 오타쿠’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방청을 위해 지바에서 5시간 걸려 자동차로 달려온 남성은 “특별히 팬은 아니지만 초유명인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흥미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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