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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오키나와 르포] “정부는 미군 압력에 굴복마라” 촛불

등록 2009-11-08 18:49수정 2009-11-08 21:3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일을 닷새 앞둔 8일 미군 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에서 주민들이 미군기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노완(오키나와)/AF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일을 닷새 앞둔 8일 미군 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에서 주민들이 미군기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노완(오키나와)/AFP 연합뉴스
주일 미군 헬기장 이전에
초등생부터 할아버지까지
2만여명 “이전 안돼” 목청
“오키나와 사람들 모두가 미군기지를 반대하기로 각오했으니까요.”

8일 오후 1시30분께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 해변공원 야외극장. 휠체어를 탄 채 1시간 넘게 섭씨 27도의 무더운 오키나와의 가을 날씨 속에서도 미동도 않던 할아버지 하시모토 세이토는 짧게 입을 열었다. 바짝 귀 기울여야 겨우 들리는 병약한 목소리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그 순간에도 후텐마 기지의 헬기들은 주변 상공을 맴돌았다.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주일 미군기지의 75%가 몰려 있는 ‘기지의 섬’ 오키나와다.

멀리 베트남전부터 이라크전까지 미군 출격 요새였던 오키나와는, 이날 반미군기지의 물결로 출렁였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하시에서 한 시간 거리를 달려온 하시모토 할아버지처럼 오키나와 전역에서 2만1000명의 남녀노소가 대회장을 가득 메웠다. 2006년 미-일 정부 합의로 기노완시 한복판의 주일미군 해병대 후텐마 헬기장을 오키나와현 안 나고시 헤노코 해안으로 옮기는 안이 확정된 이후, 잠복해 있던 오키나와의 반기지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후텐마 기지를 현 안에서 돌려막기하지 마라.” 참석자의 각종 손팻말은 후텐마 비행장의 오키나와 밖 이전을 공언해 왔던 민주당 정권의 최근 오락가락 행보에 실망과 분노를 드러냈다. “새 정권은 미국 쪽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현민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주장해 후텐마 기지의 나고 이전 계획을 중지하고 오키나와 밖으로 기지를 옮겨야 한다.”

작은 물줄기가 강물을 이루듯, 이 대회까진 각 지역의 작지만 지속적인 외침이 있었다. 헤노코 해안에서 벌이는 시민들의 이전반대 평화연좌시위는 2000일을 넘어섰다. 나고시 캠프 슈와브 정문 앞 한 가족의 토요 촛불시위는 이달로 6년째를 맞았다.

7일 저녁에도 캠프 슈와브 정문 앞엔 어김없이 따뜻한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 아버지 도구치 다케오(52)를 비롯해 초등학교 6학년 아들, 쌍둥이 딸, 엄마 등 가족 다섯의 손에는 촛불이 들려 있었다.

“헤노코의 바다를 지킵시다.” “모두가 지킵시다.” 7살 쌍둥이 딸들이 앙증맞은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는 차량과 미군을 향해 손을 흔든다. 아들 다케류(12)는 “우리 같은 어린이들을 위해 6년간 촛불시위를 하고 12년간 미군기지 반대운동을 계속한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제법 어른스런 말을 했다. 아버지 다케오는 “촛불을 들면서 기지 반대에 소극적이던 사람들과도 마음이 통하게 됐다”고 전했다.

기노완 헤노코(오키나와)/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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