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서 공개 진행…3조엔 낭비 막아
“지역 개발 사업에 중앙정부가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너무 손을 벌리는 것 아닙니까?”
답변에 나선 국토교통성 관리는 “도시정책 구상을 펴나가려면, 중앙정부가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자 날선 반격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봐야, 상자갑(공공사업으로 지은 잘 활용되지 않는 건물)만 늘어날 뿐이지요.”
12일 도쿄 신주쿠 국립인쇄국 체육관에서 열린 일본 행정쇄신회의(의장 하토야마 총리) 워킹그룹 이틀째 회의에서 정부부처 관리들은 내년 예산 심의에 나선 의회·민간 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쩔쩔맸다. 국토교통성을 맡은 10명의 위원들은 논의 끝에 1821억엔(약 2조3500억원) 규모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지방정부에 넘기도록 했다.
후생노동성을 맡은 위원들은 국비 300억엔의 운용수익으로 상업시설에 수유 코너 등을 만들고 있는 ‘어린이 미래재단’에 대해 “낙하산 인사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너무 많다”며 기금을 전액 국고에 반납하도록 했다.
사상 처음 일반에 전면공개하고 인터넷 생중계까지 해가며 진행되고 있는 내년 예산안 심의에 일본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회의장엔 회의내용을 들을 이어폰이 부족했고, 인터넷은 접속이 어려웠다.
하토야마 정부는 사상 최대인 95조엔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서 ‘낭비’로 판단되는 사업을 없애거나 줄여, 3조엔(38조7000억원)을 삭감할 계획이다. 심의 첫날인 11일 3개 워킹그룹은 50개 사업을 심의해 10개 사업, 500억엔을 삭감하기로 했다. 공공사업 도중 낙석 발생에 대비한 조정비, 농로정비사업 등 공공사업은 특히 집중포화를 맞았다. 하토야마 총리가 정부 지출을 ‘콘크리트에서 사람에게’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과 맥이 닿아있다. 하토야마 정부는 예산심의와 별개로 “교통성이 건설중인 국도 500여곳 가운데 20%인 100여곳의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이날 전했다.
하토야마 정부에게도 재정문제는 매우 큰 짐이다. 어린이 수당 지급, 공립고교 무료화 등 공약 이행에 수조엔의 예산이 추가로 드는데, 경기악화로 세수는 줄고 국가채무는 급증하고 있는 까닭이다. 거품경제 붕괴 뒤 자민당 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공공사업은 재정적자를 누적시켜, 이자를 갚기 위해 나랏빚을 더 내야 하는 지경이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내년 3월이면 국내총생산의 2배에 육박하는 600조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최근 “일본의 내년 국채 발행액이 44조엔을 넘기면 AAA인 국가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인만큼 56명의 민간 전문가가 의원들과 함께 참석해 예산 쓰임새를 속속들이 따지는 행정쇄신회의 자리엔 ‘체육관’ 다운 활기가 넘쳐났다. 센고쿠 요시토 행정쇄신 담당상은 “다들 체중이 1kg씩 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그런 상황인만큼 56명의 민간 전문가가 의원들과 함께 참석해 예산 쓰임새를 속속들이 따지는 행정쇄신회의 자리엔 ‘체육관’ 다운 활기가 넘쳐났다. 센고쿠 요시토 행정쇄신 담당상은 “다들 체중이 1kg씩 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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