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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유린당한 삶의 보상 ‘단돈 99엔’

등록 2009-12-23 19:12

‘근로정신대’ 후생연금 청구액 지급됐는데…
화폐가치 변동 고려않고 산출
“일본 정부, 피해 할머니들 우롱”
“그 돈 받아서 무엇하겠어요. 내가 돈 보태서 일본 정부에 돌려주렵니다. 과자값이나 쌀값이라도 하라고요.”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를 당한 양금덕(79·광주 거주) 할머니는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이달 중순 양씨 등 한국 여자근로정신대 할머니 7명 앞으로 보낸 입금 통지서에는 단돈 ‘99엔’(약 1300원)이 적혀 있었다. 1998년 양씨 등이 제기한 후생연금 탈퇴수당 지급 청구에 대해 11년 만에 돌아온 일본 정부의 ‘기막힌 보상’이었다.

양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44년 “돈도 벌고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는 일본인 교사의 말을 믿고 일본에 건너갔다. 그러나 임금을 받은 기억이 없다. 회사 쪽에 물어보자 “연금이나 저금을 들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돌아왔다. 무일푼으로 한국에 돌아온 뒤 21살 때 결혼했으나 남편은 몇년 뒤 집을 나갔다. 근로정신대와 일본군 종군위안부를 ‘오해’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근로정신대로 일한 양씨 등은 98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0년간의 재판은 “1965년 한일협정 체결로 청구권이 없다”는 것으로 끝났다. 양씨 등은 소송과 별개로 후생연금을 가입한 데 따른 탈퇴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행정처분도 내놓은 상태였다.

이윽고 올 9월 일본 정부는 양씨 등이 44년 10월부터 45년 8월까지 11개월간 연금에 가입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화폐가치 변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급여의 평균액을 기준으로 단순히 탈퇴수당을 산출해 이번에 양씨 등에게 통보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전했다. 탈퇴수당은 수급 기간에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그만둔 사람이 후생연금을 받지 못할 경우에 지급받는 돈이다.

근로정신대 소송의 한국 쪽 변호인단인 최봉태 변호사는 “지급액은 정신대 할머니들을 우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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