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새 3% 넘게 다시 올라…“엔화가치 시장이 결정” 밝혀
후지이 히로히사의 후임으로 취임한 간 나오토 일본 재무상이 ‘엔’을 약세로 이끌지 모른다는 수출경쟁국들의 걱정은 일단 기우로 판명나고 있다. 간 재무상 취임 직후 한때 급락했던 엔화가치는 열흘 사이 3% 넘게 다시 올랐다. 간 재무상의 환율 관련 발언도 ‘시장 존중’ 쪽으로 기울고 있다.
1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90.8~90.9엔 선에서 거래됐다. 간 재무상 취임 다음날인 8일 장중 달러당 93.8엔까지 갔던 것에 견주면, 그 사이 엔화가치가 3%넘게 오른 것이다.
간 재무상은 지난 7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엔 약세로 일본 기업들이 타격을 받는다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겠다”면서 “좀 더 엔화 약세가 진행돼도 좋다”고 말해 엔급락을 이끈 바 있다. 하지만, 이튿날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정부는 원칙적으로 환율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를 질책했다. 총리의 질책은 지난해 11월27일 이후 8일까지 약 40일간 이어지던 엔화 약세를 멈추게 하는 분기점이 됐다.
외국에서도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간 재무상은 지난 11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협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화는 미국이 일본의 ‘엔 약세 정책’을 우려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간 재무상은 마침내 14일 기자회견에서 “너무 급격한 움직임만 아니라면 환율은 시장 주도로 결정되는 것이 맞다”고 밝혀, 취임 기자회견 때 했던 발언을 사실상 완전히 철회했다.
그러나 엔이 다시 초강세로 간다면 정부 개입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은 남아있다. 일본 외환시장의 개인투자자들은 간 재무상 취임 뒤에도 ‘엔고’ 쪽에 세게 베팅하고 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국제금융당당 재무관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 둔화로 2분기에 엔화가치가 달러당 85엔까지 갈 것”이라며 “미·일 양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80엔까지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