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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총리 취임때 ‘핵기밀’도 승계

등록 2010-03-11 08:42수정 2010-03-11 08:55

50여년 숨겨온 ‘미-일 핵밀약’ 들여다보니…
외무성 차관이 보고…호소카와 내각때부터는 불분명
미군함 핵무기 철수뒤에도 20여년 “밀약없다” 거짓말
“총리로 취임하자 외무성 차관이 3㎝ 두께의 인수인계서를 들고 왔다. 역대 총리에게 전해져온 것이라고 했다.”

1989년 8월10일 총리에 취임한 가이후 도시키는 9일 <아사히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당시 외무성 차관에게 미-일 핵밀약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차관이 들고 온 인수인계서에는 1968년 도고 후미히코 북미국장이 작성해둔 ‘극비’로 분류된 메모가 포함돼 있었다. 미국 핵무기의 일본 반입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도고 메모’의 여백에는 그해 8월24일 가이후 총리에게 설명했다는 표시를 비롯해, 여러 역대 총리의 이름이 날짜와 함께 적혀 있었다.

밀약의 구체적 내용은 “미국 핵함정이 일본 항구에 머물거나 일본 영해를 통과하는 것은 사전협의의 예외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에 핵무기를 반입할 때는 사전협의한다”는 1960년 개정 미-일 안보조약에 어긋나는 것이다. 밀약은 안보조약 개정 때 함께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외무 관료들은 총리나 외무상 등이 바뀔 때면 밀약에 대해 보고했다.

실제로 핵을 실은 미군함이 일본에 기항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숨겼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는 1967년 “핵무기는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을 밝히기까지 했다. 사토 총리가 그로부터 2년 뒤 “핵을 반입하지 않겠다고 한 부분은 실수였다”고 털어놓았다는 기록도 이번에 나왔다.

밀약이 있다는 의혹은 1974년 10월 미국의 퇴역 해군소장 진 라로크의 의회 증언을 계기로 처음 제기됐다. 일본 항구에 머무는 핵함정에도 핵무기가 실려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밀약의 존재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외무성이 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1993년 취임한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 때부터는 밀약을 인수인계했는지 확실한 기록이 없다. 최근 총리를 지낸 아베 신조는 “보고받은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1992년 군함에서 핵무기를 완전 철거했기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밀약의 짐을 벗을 수도 있었지만,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는 “지금까지 방식대로 대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10일치 사설에서 “핵 반입 가능성이 없어진 지 20년이 지나도록 국민한테 거짓말을 계속해온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외무성이 핵밀약 사실을 공식 확인함으로써, 일본 정부는 이제 거짓말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하토야마 정부는 “핵무기 반입 가능성은 이제 없다”며, ‘비핵 3원칙’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에서 과연 그것이 지켜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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