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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낙하산’ 퇴직관료 비리 바람

등록 2005-06-09 18:48

건설업테 꿰차고 관급공사 담합 주도
연 1천억엔 도로공단 발주 ‘나눠먹기’
치밀한 각본·보안에 은근한 과시까지

요즘 일본이 ‘낙하산 인사’로 기업체에 진출한 퇴직 관료들의 비리로 어수선하다.

일본 사상 최대 규모 관급 교량공사 담합비리(<한겨레> 5월20일 10면 보도)가 관련 업계에 진출한 퇴직 관료들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는 낙하산 인사들이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면서 담합비리를 지휘한 것으로 밝혀져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9일 야당인 민주당이 정부에 자료를 요청해 확인한 결과, 대규모 관급공사를 총괄하는 국토교통성의 퇴직 관료 가운데 담합비리에 가담한 교량 건설업체 47곳에 취업한 사람이 197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업체에 4명 꼴이다. 이들 가운데 21명은 고위 임원을 맡고 있다. 대표이사 회장이 3명, 사장이 2명이며 나머지도 부사장, 전무, 상무 등으로 업체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와 다리 등을 실제 발주하는 도로공단의 낙하산 인사 또한 36개 업체에 43명으로 나타났으며, 7명은 임원을 맡고 있다.

강철교량 공사의 입찰 담합에선 최대 업체 요코가와브릿지의 고문인 전 도로공단 이사(70)가 총책임자 구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1995년부터 매년 초 업계 담합모임 간사회사의 관계자와 은밀하게 만나, 연간 발주액이 1천억엔에 이르는 도로공단 공사의 배분을 최종 결정했다. 그는 당해 공사 발주 예정표와 낙찰받을 회사, 입찰에 참여할 ‘들러리’ 회사의 명단 등을 기록한 서류까지 치밀하게 준비했고, 발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여자 탈의실에 감추는 등 보안에도 철처하게 신경을 썼다. 또 공사 수주 조정내용은 발주처인 도로공단 쪽에도 전달돼 사실상 승인을 받았다.

그는 이와 함께 각 업체에 포진한 낙하산 인사들의 모임을 이끌어왔다. 이들이 속한 회사에 배당될 예정인 공사의 내용을 미리 이들에게 알려주고, 이들로부터 수주 희망을 받는 등 ‘낙하산의 존재’를 업체들에게 과시해왔다.

이에 대해 무토 히로미 호세이대 교수는 “공사 발주자가 얼마 있다가 수주업체 대변자로 바뀌는 낙하산 구조는 입찰의 평가과정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며 낙하산 금지 등의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국가공무원법에는,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재직한 기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기업에 퇴직 뒤 2년 동안 인사원의 승인없이 취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규정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아 고위 관료의 낙하산 인사가 잦으며, 더욱이 각 부처의 외곽단체나 공사, 공단, 사업단 등은 낙하산 금지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2003년부터 1년 동안 퇴직한 간부직 공무원의 취업현황을 보면, 전체 1271명의 절반 가까운 583명이 영리법인이나 재단, 사단법인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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