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산물도매시장인 도쿄의 쓰키지시장에서 판매상들이 지난 18일 참다랑어를 손질하고 있다. 참다랑어는 최고급 스시의 재료로 쓰인다. 도쿄/AP 연합뉴스
‘서식 환경과 생태, 그리고 먹는 방법까지 배운다.’
일본 도쿄도 고토구 문화센터가 5월부터 열 예정인 이 유료 강좌는 ‘일본인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다랑어(참치)’를 주제로 한 것이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일부러 공부를 할 만큼 일본인의 다랑어 사랑은 대단하다.
다랑어류엔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남방다랑어 등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최고의 횟감과 스시 재료로 일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게 ‘구로마구로’ ‘혼마구로’라 하는 참다랑어다. 수백㎏짜리 참다랑어는 한 마리에 1억~2억원이나 한다.
3월 내내 일본열도는 술렁였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번 도하 회의에서 대서양·지중해산 참다랑어를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해 상업적 거래가 금지되는 부속서 Ⅰ종에 넣는 모나코 발의안에 찬성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잡히는 참다랑어는 한해 6만t가량. 이 가운데 무려 80%에 이르는 4만8000t이 일본에서 소비되는데, 그중 2만2000t이 대서양·지중해산이다. “그렇잖아도 비싼 참다랑어 값이 크게 뛰지 않겠느냐?” “다랑어 없이는 스시도 없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환경단체들은 참다랑어 남획에 따른 개체수 급감을 우려한다. 중국의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다, 비싸서 조업선박도 크게 늘어난 까닭이다. 그린피스와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마구잡이 어획으로 참다랑어는 절멸 직전에 놓여있다”며 거래금지를 호소해왔다.
유럽연합이 그동안 참다랑어 금수를 요구하는 환경단체의 요구를 물리쳤던 것은 어획량이 연 2020t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은 프랑스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이 음식점을 상대로 참다랑어를 쓰지 말도록 하는 운동을 벌였고, 이름있는 요리사들이 이에 응하면서 여론과 정부도 달라졌다. 결국 유럽연합 전체가 거래금지에 찬성하기로 했다.
“유럽 유권자들이 환경이나 자연, 여성, 인권보호 등을 중시하는 ‘포스트 물질주의’로 움직여가고 있다.” 다니엘 갸쿠시 파리제1대학 대학원장(정치학)은 16일 <요미우리신문>에 이렇게 말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야생동물 규제가 참다랑어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게 일본의 걱정이다.
참다랑어의 대체품인 남방다랑어는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어획량을 20% 줄이기로 하는 국제적 규제가 이미 가해지고 있다. 대서양산 눈다랑어도 중서부태평양 다랑어류 위원회에서 올해부터 해마다 10%씩 어획량을 줄이기로 했다. 일본인들의 고래고기 음식도 환경단체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일본인의 식탁을 바꾸도록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이번 도하 회의에 수산장관 등 35명의 대표단을 파견해 참다랑어가 멸종위기라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대부분 개도국인 다랑어 어획국들엔 경제적 손실 위험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로비를 벌이는 등 필사적으로 대응했다. 표결이 부결되며 일본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다랑어류 전반으로 거래금지 움직임이 확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참다랑어는 전체 다랑어류 어획량의 2.4%를 차지할 뿐이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