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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시민참여 재판 ‘죄와 벌’ 공감대 넓힌다

등록 2010-04-23 21:02

생활고에 의식불명 아들 살해한 어머니 ‘집유’ 선고
‘재판원 재판’ 8개월…살인 등 중범죄엔 형량 높아져
지난해 7월25일 일본 치바현에 사는 와다 교코(67)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던 장남(40)의 가슴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빚에 고민하고 있던 장남은 열흘 전 회사 옥상에서 목을 맨 모습으로 발견됐다. 목숨은 건졌으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의사는 “회복할 가망이 희박하다”고 했다.

문제는 치료비였다. 인공호흡기를 쓰는 데만 하루 10만엔 넘게 들었는데, 자살미수라 보험 적용이 안됐다. 열흘만에 치료비가 350만엔으로 불어났다. 두 명의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며느리는 “내가 인공호흡기를 떼겠다”고 의사에게 호소했다. 며느리를 달랜 와다는 이런 메모를 남겼다. “확실히 해야 해 교코, 엄마잖아, 낳은 책임을 져야지.”

살인죄로 기소된 와다는 ‘재판원재판’(시민이 재판원으로 참여하는 재판)에 회부됐다. 20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재판에서 재판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때 망설이지 않았나요?” 와다는 “며느리가 자신이 인공호흡기를 떼겠다는 말을 의사에게 했다는 걸 듣고 (내가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며 “몇번이고 망설였지만, 아들의 가슴을 본 순간, 할 바엔 확실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다.

검사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법정은 22일 “징역 3년, 형의 집행을 5년간 유예한다”고 선고하고 와다를 석방했다.

시민 재판원이 참가하고 있는 일본의 형사재판에서 살인, 강도치사 등 중범죄에 대한 판결은 과거 재판관들의 판결보다 엄해졌다. 반면, 와다의 경우처럼 온정을 베푸는 판결도 있다. 범죄에 대한 분노, 나약한 인간에 대한 동정 등 인간의 감정이 좀더 뚜렷이 판결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국민의 법의식을 판결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재판원 제도를 도입하고 8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살인이나 치사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이를 대상으로 한 형사 1심 재판에 시민 가운데 무작위로 뽑은 재판원을 6명 참여시키는 제도다. 재판원들은 3명의 재판관(판사)과 함께 유죄 여부를 따지고 형량을 산정한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올 3월말까지 이뤄진 412건의 재판원재판 판결을 분석해 지난 1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살인죄에 대한 재판원재판의 판결은 ‘징역 11~15년’인 사례가 가장 많았다. 과거 2년간 재판관들의 판결에서는 ‘징역 9~11년’이 가장 많았는데, 엄해진 것이다. 상해치사로 기소된 사건도 재판원재판에서는 ‘징역 5~7년’ 판결이 가장 많아, 재판관 판결의 ‘징역 3~5년’보다 엄했다. 처벌이 엄해지면서 한 피고인은 재판원제도에 대해 위헌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도쿄고등법원이 22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한편 강도나 마약범죄에 대해서는 형량의 차이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다. 형의 집행을 유예한 판결에서는 보호관찰을 덧붙이는 경우가 20% 가량 늘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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