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우 이치로
2000년 광주비엔날레 제5전시실에서는 ‘예술과 인권’을 주제로 한 아주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제주 4·3항쟁을 그린 화가 강요배씨의 <학살>과 일본 화가 마루키 이리·도시 부부의 <남경대학살도>를 비롯해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팔레스타인 등 전세계 작가 35명의 작품이 선보였다. 각국의 인권상황을 보여주는 이들 작품은 ‘인권은 옹호돼야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발산했다. 이 전시를 기획했던 일본의 미술·문예평론가 하리우 이치로(사진)가 26일 도쿄 교외 자택에서 급성심부전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84. <아사히신문>은 27일 기사에서 그가 “군국주의 교육에 충실한 ‘군국소년’이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해, 민중 편에서 역사를 보고 평화를 추구하는 사상을 모색했다”며 “전후 예술운동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술과 사회의 관계를 중시해 아시아 등 제3세계 예술들과 폭넓은 교류를 해왔다”고 그의 이력을 전했다. 실제로 그는 74년 민청학련 사건 재판과 김대중 전 대통령 선거법 위반 재판에 항의하는 일본 지식인들의 ‘제2차 항의단식’에 참가하는 등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적극 후원했다. 77년 출범한 진보적 성향의 일본 미술인 단체 ‘자알라’(JAALA)의 대표를 맡으면서, 한국의 민중미술을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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