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뒤엔 내뜻 알것” 20분 넘게 비통한 연설
대등 외교등 기대 컸으나 선언 그쳐 아쉬움
대등 외교등 기대 컸으나 선언 그쳐 아쉬움
“후텐마 미군기지를 오키나와현 밖으로 이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해내지 못했습니다. 일-미 협력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됐던 비통한 마음을 여러분이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2일 연설은 사임연설로선 이례적으로 길었다. 20분 넘게 이어진 연설 곳곳에서는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났다.
그는 후텐마 기지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의존하는 안전보장이 앞으로 50년, 100년 계속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평화를 일본인 자신들이 만들 때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등한 미-일 관계’라는 애초 자신의 뜻이 옳았음을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동북아 공동체론에 대한 강조도 잊지 않았다. 그는 “사흘 전 한국의 제주도에 갔을 때 ‘동아시아는 하나’라는 표어를 봤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그런 날이 온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민주당 정권 출범 이래 강조해온 관료정치 개혁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위이고 지역이 아래인 것은 이상하다. 지역이 주역이 되는 일본을 만들어야 한다”며 “중앙집권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별명이 “‘우주인’인 이유는 내가 지금 일본의 모습이 아니라 5년, 10년 뒤 일본의 모습을 줄곧 이야기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5년, 10년 뒤에는 국민 여러분이 하토야마가 이야기하는 말의 뜻을 알아줄 때가 온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수당, 고교교육 무상화 등 하토야마 정권은 짧은 기간에 기존 자민당 정권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실현했다. 하지만 그 역시 보수파의 벽 앞에서 전통적인 미국 위주의 대외관계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동북아 우애론’도 추상적 선언에 그쳤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못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정치자금과 파벌로 얽힌 자민당 정치를 비판했지만, 자신도 정치자금 문제에 얽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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