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곳곳 건설붐…1년새 8조2천억엔 유입
공급과잉·가격파괴…“거품붕괴 재연될라” 도쿄와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에서 도심재개발의 이름으로 상업시설, 사무실빌딩, 아파트 건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1980년대 말 거품경제 붕괴로 가격이 폭락했던 부동산 개발 쪽으로 ‘묻지마 자금’이 몰려들어 ‘미니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도쿄의 새 명소로 자리잡은 미나토구 지상 54층 초호화빌딩 롯폰기힐스에서 북쪽으로 600m 떨어진 방위청 이적지에는 3700억엔(약 3조7천억원)을 투입한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도쿄에서 가장 높은 248m의 빌딩에다 외자계 호텔, 초고급 임대아파트, 미술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도쿄역 부근에 초고층 쌍둥이 타워가 건설 중이고, 니혼바시 쪽에는 37층 건물이 곧 착공될 예정이다. 도쿄만 쪽에는 조선소가 빠져 나간 60만㎥ 땅 개발이 올해 시작됐다. 도쿄 히가시니혼바시의 〈한겨레신문〉 도쿄지국이 세든 건물의 반경 50m 이내에서 1동짜리 아파트 8곳이 최근 공사를 마쳤거나 진행 중일 정도로 아파트 열풍이 거세다.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수도권 신축 아파트는 지난 10년 동안 연간 7만~9만건씩 공급돼왔다. 이는 이전 평균치 2만~4만건의 2배가 넘어 ‘아파트 거품’으로 불릴 만큼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도심재개발 열풍의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다양한 우대정책이다. 장기불황의 늪에 허덕여온 일본 정부는 4년 전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도심재생본부를 설치하고, 전국 63개 지역 약 6400㏊를 도시재생긴급정비지역으로 지정했다. 상업시설 용적률의 대폭 증가와 채무 보증·무이자 대부·부동산취득세 감면 등 금융지원이 잇따랐다. 오사카 번화가 신사이바시의 한 개축 백화점은 1300%의 용적률을 승인받아 매장면적이 25% 늘어나게 됐다. 초저금리에 거품붕괴 이후 땅값이 이미 크게 떨어진 점도 건물 신축을 부채질한 요인이다.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3월까지 1년동안 버블기에 육박하는 8조2천억엔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됐다. 국내은행 대출총액 가운데 부동산업 융자 비율도 사상 최고치인 19.9%에 이르렀다. 공급과잉이 두드러진 도쿄의 시나가와와 마루노우치, 가나가와의 가와사키역 주변 등에선 고객 쟁탈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또 인기가 낮은 지역에선 분양가를 20%까지 깎아주거나 옵션설비, 등기료를 제공하는 가격파괴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본 아파트 업계에선 올해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폭락이라는 ‘2005년 문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한 도시정책 전문가는 “급속한 규제완화가 고층 건축물의 무질서한 급증을 낳았다”며 거품 재발을 우려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