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가와네트워크운동 회원들이 지난해 12월20일 요코하마역 앞에서 홋카이도 시민네트워크 회원들과 함께 지방의원 연금제도 폐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해 4월 가마쿠라시의회 선거에 나선 네트워크운동 소속 후보 네 명이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가나가와네트워크운동 제공
회원 3300명·자치의원 31명…생활문제 정책에 반영
정치자금 모금 가능…지역정치인 주도 창당도 잇따라
정치자금 모금 가능…지역정치인 주도 창당도 잇따라
‘가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힘
일본 가나가와현과 요코하마시, 가와사키시는 지난 2월 세 자치단체가 공동출자해 2001년부터 운영해오던 폐기물처리회사 ‘가나가와크린센터’ 시설을 민간사업자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 ‘가나가와네트워크운동’(이하 네트워크운동)이 2년간 이 문제를 집요하게 다뤄온 결과다. 네트워크운동이 조사해보니 크린센터는 일감을 거의 지자체에만 의존하고 있어 비용이 많이 들었고, 해마다 지방정부가 거액의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었다. 네트워크운동은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지자체들이 손을 떼도록 요구해 끝내 관철시켰다.
네트워크운동 가마쿠라 지부는 요즘 다케다약품연구소가 건설하기로 한 ‘생체실험 동물 사체 소각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근 후지사와시가 4월에 지역주민의 반대가 없다며 허가를 내줬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런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는 까닭이다. 네트워크운동은 소각로가 들어설 지역의 반경 300m 일대를 집집마다 돌며 설문조사를 벌이고, 공무원과 전문가가 함께 참가하는 포럼을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야마모토 유코 공동대표(가나가와현 의원)는 “생활 속의 과제 하나하나가 모두 정치와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네트워크운동의 활동을 보면 이 말의 의미가 명료해진다. 네트워크운동은 지난해부터 ‘화학물질정책 프로젝트’를 가동해 초중학교나 보육소 등에서 쓰는 자재에 어떤 화학물질이 쓰였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개선점을 찾아 조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 기지 훈련 분산 문제가 제기됐을 때는 소식지에 가나가와 현 안의 미군 기지 현황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아쓰기시 시민자치모임 회원인 야마모토 토모코 시의회 의원은 과일 등에 니코티노이드계 농약 사용의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운동에 머물지 않고, 이를 지방정부의 정책으로 바꿔나가는 네트워크운동의 힘은 지역정당(로컬 파티)이라는 독특한 조직구조에서 나온다. 국회의원이 5명 이상이어야 하는 ‘정당’은 아니지만, 정치단체로서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모을 수 있다. 3300여명의 회원이 내는 회비도 있지만, 소속 의원들이 자신의 급여 대부분을 기부해 활동자금으로 쓴다는 게 특이하다. 의원들은 급여(월 100만엔 가량)와 의정활동비(50만엔 가량) 가운데 월 18만엔만 자신의 활동비로 쓴다. 지난해 수입 1억3866만엔 가운데 8619만엔이 이런 기부액이었다.
현재 현·시·쵸의회 의원은 모두 31명이다. 이 지역 지방의회 의원의 3%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3000여명의 회원과 베테랑 간부들이 이들을 떠받치고 있는 까닭에 지역정치 영향력은 막강하다. 활동은 가장 먼저 지역주민들과 학습회를 여는 것으로 시작하고, 목표와 방향을 정하면 주민에게 호소하여 지방의회에서 정책으로 실현시킨다.
네트워크운동 소속 의원은 모두 여성이다. 회원의 대다수가 여성이고, 그 가운데서 적임자를 뽑아 후보를 세운 까닭이다. 의원은 한 의회 소속으로는 연임, 의회를 바꾸는 경우에도 3기까지만 할 수 있다. 새로운 세대를 의회에 보내 훈련시켜야 조직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원직을 물러난 사람은 전문성을 계속 살려 조직활동을 돕는다. 네트워크운동은 애초 ‘시민운동’ 성격을 강하게 띤 까닭에, 지역정치에서도 야당의 위치에서 활동하려 한다.
네트워크운동처럼 일종의 시민단체 성격을 띤 지역정당 운동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선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지역정당 실험도 시작돼 주목을 끌고 있다. 지방의회 다수파 획득을 목표로 한 지역정치가들에 의한 지역정당이 잇따라 등장한 것이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지난달 26일 나고야시의 주민세를 10% 항구적으로 감세하는 것을 핵심정책으로 한 지역정당 ‘감세일본’을 창당했다. 하시모토 토오루 오카사부 지사도 오사카부 행정개혁을 내걸고 ‘오사카 유신회’란 지역정당을 창당했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 지역정당은 내년 봄 치러질 통일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요코하마/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요코하마/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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