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일합병 100년을 맞아 ‘총리 담화’ 발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민주당 안의 일부 의원들이 총리 담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 발언은 담화 발표의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간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아주 중요한 이웃 국가로 두 나라의 관계 강화는 양국에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두 나라의 관계는 현재 좋은 상태다. 담화를 내는 일에 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한일합병에 의한 식민지 지배는 가혹했다. 언어와 문화를 빼앗고, 땅을 빼앗은 일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인은 문화적 자긍심이 강한 민족이기 때문에 특히 (일본이 식민지 지배 아래서) 종교적 의식을 강제해 자긍심에 상처를 줬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센고쿠 장관은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강제합병 100년을 맞아 총리 담화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처음 밝혔다. 그러나 그 뒤 민주당 안의 보수적인 일부 의원은 총리 담화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마쓰바라 진 의원은 지난 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총리 담화는) 매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적어도 여당 안에서 논의해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7월30일 민주당정책조사회 모임에서도 가쓰마타 고이치로 의원이 “국익에 관한 일을 당측과 협의 없이 추진해도 좋은 것인가”라고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센고쿠 관방장관의 이날 발언은 이런 문제제기를 넘어, 담화를 왜 발표해야 하는지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앞서 지난달 29일 권철현 주일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한국의 8월의 의미를 잘 안다”고 말한 바 있다.
간 나오토 총리가 담화를 발표한다면 1910년 한일합병 조약이 강제로 체결된 22일이나, 공포된 29일이 유력하다. 한·일 양국의 지식인 1118명은 지난달 28일 한일합병은 무효라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확인하는 내용의 총리 담화를 발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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