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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강제병합 사죄했지만 무효선언 없었다

등록 2010-08-10 21:35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1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 여성에 대한 사과가 빠진 것에 실망스러워하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우리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광주/신소영 기자  <A href="mailto:jeje@hani.co.kr">viator@hani.co.kr</A>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1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 여성에 대한 사과가 빠진 것에 실망스러워하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우리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민 뜻 반해 이뤄져” 병합 경위 첫 언급
‘의궤’ 불법취득 인정않고 위안부 거론 안해
일본이 한일합병과 식민지 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총리 담화를 발표했다. 이를 인정하는 데 경술국치로부터 100년이 흘렀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10일 한일합병 100년을 맞아 발표한 총리 담화에서 “(한국인들에게) 다시 한번 통절한 사과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심정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각료회의 의결을 거쳐 발표한 이날 담화의 사죄 표현은 1995년 종전 50돌을 맞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가 발표한 것과 거의 같다. 그러나 전체로 보면, 무라야마 담화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무라야마 담화는 ‘아시아 여러나라’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 담화는 한국만을 특정했다. 1992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을 위해 방일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한-일 공동선언에 들어 있는 ‘사죄’라는 표현이 중-일 공동선언엔 없다고 격노했던 사례에 비춰 본다면, 한국을 특정한 이번 담화엔 일본 정부의 의지가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간 총리가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가 “정치·군사적 배경 아래, 당시 한국인들의 뜻에 반하여 이뤄졌다”고 밝힌 것도 의미가 크다. 지금껏 일본 쪽의 사죄에서 한일합병의 경위를 언급한 적은 없었다. 담화와 별개로 간 내각의 각료들은 17명 전원이 8월15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다고 이날 밝혔다. 전 각료의 불참은 30년 만의 일로, 사죄의 진정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와 독도 문제 등으로 양국 갈등이 심하던 자민당 정권 아래서 이런 담화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민주당 정부는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세력균형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인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간 총리는 “민주주의, 자유, 시장경제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 관계가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이날 강조했다. 대북 공조 강화라는 당면한 과제도 있다.

그러나 양국 과거사의 어두운 부분을 청산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에는 이번 담화도 여러 약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합병조약의 효력 문제를 어정쩡하게 남겨뒀다. 간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한일합병조약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서 이미 문제가 해결됐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는 ‘합병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했지만 해방으로 무효가 됐다’는 일본 쪽의 기존 해석을 유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영호 유한대 총장은 “일본 보수세력의 반대가 워낙 심하고 정권의 안정성이 없으니까 이 정도에 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 개선은 사죄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일본의 ‘실천’이 열쇠다. 간 총리 정부는 일제 통치 기간에 총독부가 반출해 일본 정부가 보존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를 한국에 넘기기로 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담화가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통해 마무리된 전후배상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반발을 의식해, 불법 취득물을 ‘반환’(反換)하는 것이 아니라 선의로 ‘넘기는’(おわたし)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이 전후배상 문제와 관련해 지난 4일 “시민 차원에서의 배상은 남아 있다”고 말한 것도 정부 차원에서는 어렵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징성이 큰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자 문제 해결이 기대보다 느리게 진척될 경우, 실망감을 키울 수도 있는 대목이다. 담화에서 거론하지 않은 ‘독도’ 문제도 언제든 양국 갈등에 불을 지를 사안으로 잠재해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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