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3국 외무회담 제안
일 `환영’에도 중 ‘시큰둥’
일 `환영’에도 중 ‘시큰둥’
베트남 하노이에서 중국과 일본 정상간 회담이 29일 중국의 거부로 무산된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중재를 자임하며 ‘미·중·일 3국 외무장관 회담’을 30일 제안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대한 답변은 피한 채 미국을 거세게 비난해 회담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힐러리 장관이 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불거진 일본과 중국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풀기 위해 3국 외무장관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31일 보도했다. 일본은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으나, 양제츠 외교부장은 즉답을 피했다.
양 외교부장은 오히려 ‘센카쿠 열도는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지역’이라는 미국 발언을 놓고 “이런 고도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언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미국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30일 중국 남부의 하이난도를 방문해 중국 외교 최고책임자인 다이빙궈 국무위원과도 2시간 반 가량 회담했으나 센카쿠 열도 문제에 대한 이견은 해소하지 못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하이난도 방문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분쟁대상이 되고 있는 섬에 대한) 주권 문제에 관해서는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중국의 굳은 태도를 풀지는 못했다.
그러나 중일 정상회담이 무산되긴 했어도, 누그러지던 양국간 긴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30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의 ‘아세안 + 3 정상회의’ 회의장 대기실에서 만나 1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양국 총리는 정식 정상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 서로 유감을 표시하고, 향후 천천히 대화할 기회를 만들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중국이 거의 예정돼 있다시피하던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국제 외교가에 충격을 준 것에 대해 ‘소인 외교’라고 비판했다. 일본 언론들은 중국의 회담 거부는 ‘중국내 반일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며, 중국 내 권력투쟁설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30일치 해설기사에서 “비둘기파인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강경파에 밀려 주도권을 잃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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