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 간 영토분쟁 북방 4개섬
러 대통령, 쿠릴열도 섬 방문 ‘실효지배’ 강화 행보
일, 강력 반발…평화조약·경제협력 타격 예상
일, 강력 반발…평화조약·경제협력 타격 예상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일 오전 일본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쿠릴열도의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섬을 전격 방문했다. 이에 일본이 거세게 항의하는 등 양국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지난 6월의 남중국해 갈등, 9월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중-일 충돌에 이어, 이번에 러시아가 쿠릴열도 영유권 문제를 부각시킴에 따라 동아시아 일대가 영토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가고 있다. 중·러 양국이 일본을 협공하는 가운데 미국이 일본 편에 서서 개입하고 있어, 4대 강국의 대립축도 뚜렷해졌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쿠릴열도를 관할하는 사할린주의 주도 유즈노사할린스크 공항에 도착한 뒤, 소형기로 갈아타고 쿠나시르를 방문했다. 러시아 국가원수가 쿠릴열도의 섬을 방문한 것은 소련 시절을 포함해 처음이다.
메드베데프의 이런 행보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쿠릴열도 남쪽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한 영토주권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메드베데프는 이날 쿠나시르 섬에 3시간 반가량 머물며 지열발전소와 공장 등을 시찰한 뒤, 지역 주민들에게 ‘지역 개발을 위한 예산 투입’을 약속했다.
일본에서는 메드베데프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강한 러시아’를 부르짖는 재료로 쿠릴열도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여름 9월2일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로 새로 지정해 일본을 자극한 바 있다.
지난 9월 말 중-러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쿠나시르를 방문하려다 날씨가 나빠 보류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결국 방문을 강행하자, 일본은 거세게 반발했다.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은 이날 미하일 벨리 주일 러시아 대사를 불러 ‘유감과 함께 강력한 우려’를 표시했다.
일본 쪽은 이번 사태로 양국 최대 현안인 평화조약 교섭이 정체되고, 확대돼오던 양국 경제협력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릴열도의 남쪽 끝, 일본 쪽에서 보면 홋카이도 동쪽 가까이에 있는 쿠나시르 섬은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른바 ‘북방 4개섬’ 가운데 하나다. 애초 아이누족이 살던 이 지역은 18세기 이후 러시아인들의 남하가 본격화하면서 100년 넘게 양국의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쿠릴열도 섬 전체를 장악해 현재 실효지배를 하고 있다. 1956년 일-소 공동선언 때 ‘평화조약 체결 뒤 (4개 섬 가운데) 시코탄과 하보마이는 일본에 반환한다’고 밝혔으나, 평화조약은 체결되지 못했다. 일본은 4개 섬 모두의 반환을 요구해왔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러시아는 소련 시절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쿠릴열도 섬 전체를 장악해 현재 실효지배를 하고 있다. 1956년 일-소 공동선언 때 ‘평화조약 체결 뒤 (4개 섬 가운데) 시코탄과 하보마이는 일본에 반환한다’고 밝혔으나, 평화조약은 체결되지 못했다. 일본은 4개 섬 모두의 반환을 요구해왔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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