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몇 번이고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또 눈물이 나요.”
16일 일본 요코하마 지방법원 앞에서 한 50대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반시민인 그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한 30대 남자에게 사형을 선고한 재판에 ‘재판원’으로 참가하고, 막 법정을 빠져나온 참이었다.
그는 이런 일에 익숙한 직업 판사가 아니었다. 국민 가운데서 무작위 추첨으로 뽑혀 이번 재판에 참가하게 된 6명의 재판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비록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는 해도, 사람의 목숨을 거두는 형벌을 선고해도 되는가? 검사의 사형 구형이 나온 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엔 ‘난 나쁜 놈이다, 죽여달라’고 말하는 듯 보였으나, 유족의 의견 진술을 듣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눈이 빨개져 있었어요. 그걸 보고 나도 울고 말았습니다.” 재판원은 법정에서 피고인의 태도가 어땠는지를 설명하다,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날 그 무거운 짐에서 마침내 벗어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판원들이 앞으로 꽤 큰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원 6명과 판사 3명이 참가하는 일본의 ‘재판원 재판’에서 사형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5월 제도를 도입한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피고인은 지난해 6월 마작 가게 주인 등 2명을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해 버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케다 히로유키(32)였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 “어떤 형벌이 선고돼도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달게 받겠다”는 말도 했다.
사형 판결이 나온 것은, 9명 가운데 ‘적어도 판사 1명 이상을 포함해 5명 이상’이 사형에 동의했다는 뜻이다. 아사야마 요시후미 재판장은 “피고인은 이권에 눈이 멀어 범행했고, 살해 방법도 아주 잔혹했다”고 극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대한 결론(사형판결)이 나온 만큼 항소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아주 이례적인 권고였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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