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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리더십·명분 둘다 놓친 간…일본 총리 또 바뀌나

등록 2011-01-10 08:32수정 2011-01-10 14:04

일본의 정치지형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비세 인상 철회·대중 약체외교 뭇매에 지지율 21%
오자와 때릴때만 ‘반짝’…6월 재정개혁 실패 땐 ‘위기’
“국가관과 정치철학을 결여한 채로는 나라를 맡을 자격이 없다.”

니시오카 다케오 일본 참의원 의장이 지난 8일 발간된 월간 <문예춘추> 2월호 인터뷰에서 간 나오토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의 원로 의원이 현역 당 대표이자 총리를 향해 이렇게 정면으로 비판을 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간 총리의 지도력이 그만큼 취약해져 있다는 얘기다.

간 총리 내각에 대한 지지율을 보면 이는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지난해 6월 출범한 간 내각 지지율은 출범 초기 최고 70%를 넘었다. 상대적으로 수치가 낮았던 <지지통신> 여론조사도 41.2%였다. 그러나 12월 <지지통신> 조사 결과 지지율은 21.0%로 정권을 지탱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추락했다. 1955년부터 이어져온 자민당 독주체제를 끝장내고, 중의원에서 과반수를 크게 웃도는 의석을 장악하며 일본의 현대사를 바꾼 민주당이 출범 1년 만에 하차한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에 이어 두번째 내각마저 채 1년도 못버티고 무너질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2월 실시된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제는 총리의 지도력에 있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의 36%가 “총리에게 지도력이 없다”고 대답했다.

간 총리의 판단력은 총리 취임 직후부터 도마에 올랐다. 자신이 총리로서 처음 이끈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소비세 인상’을 내걸었다가 어설프게 철회하면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참의원에서 민주당이 과반수를 밑돌게 됨에 따라 정국 운영은 난관에 봉착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양순시선이 충돌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내각의 판단착오가 컸다. 체포한 중국 어선 선장을 무리하게 구속기소하기로 하면서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부른 것이다. 결국 중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고, ‘약체외교’란 비판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폭락했다.

지식인 그룹 안에서는 간 총리 내각 들어서 민주당이 왜 집권했는지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 월간지 편집장은 “‘생활제일’이란 정책구호로 집권해놓고 재정개혁을 앞세우고, 동아시아공동체를 주창해놓고 미-일 동맹 심화만 부르짖는다”고 지적했다. 간 총리는 어린이수당 전액 지급, 고속도로 무료화 등 공약 이행을 보류했다. 정부 및 국가 개혁의 사령탑으로 국가전략실을 설치하겠다던 공약을 두고는 왔다갔다했고, ‘탈관료’ 정책도 후퇴시켰다. 올 들어서는 아예 “집권 공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1년여 만에 집권 공약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선언에 당내 인사들까지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간 총리의 존재감이 부각될 때는 ‘오자와 때리기’를 할 때다. 지난해 9월 차기 총리를 뽑는 민주당 대표선거에 오자와가 출마를 선언하자, 오자와와 대립했던 간 총리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간 총리 진영은 그 뒤에도 오자와로 하여금 국회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해 정치자금 문제를 해명하도록 밀어붙였고, 강제기소가 될 경우 탈당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오자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당의 결속력을 떨어뜨려 정책 추진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도 되고 있다.


간 나오토 내각 지지율 추이
간 나오토 내각 지지율 추이
간 총리는 다음 중의원 선거 때까지는 총리직을 맡겠다는 뜻을 내비친 적이 있지만, 당장 그의 자리를 위태롭게 할 위험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오자와 그룹이 무리지어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정권이 붕괴할 수 있다. 3월 말 끝나는 정기국회에서 예산과 예산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이 또한 위태롭다. 야당은 호락호락 협조하지 않을 태세다.

간 총리가 6월까지 소비세 인상 등 재정개혁 문제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 문제를 마무리짓겠다고 공언한 것도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렸다. 그가 ‘6월까지’라고 시한을 내걸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까지 공언하자 일본 정가는 발칵 뒤집혔다. 간 총리 진영은 하토야마 총리가 후텐마 기지 문제 해결에 시한을 정했다가 결국 물러난 일을 떠올리며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6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명분을 만들었지만, 물러나야 할 처지에 몰릴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간 총리가 물러나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임기 1년 만에 잇따라 물러나는 다섯번째 총리가 된다.

<도쿄신문>은 지난 4일 자사의 정치부 기자들을 상대로 “연말에는 누가 총리를 맡고 있을까?”란 질문을 던져 그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43.5%는 간 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총리의 잦은 교체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여론은 아직까지는 간 총리 편이다. 간 총리가 물러나고,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 또는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이 총리가 돼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13%씩이었다.

여당을 담당하고 있는 안도 미유키 기자는 “오자와 이치로가 총리가 되지 않는 한 오자와 정국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다”며 “오자와가 총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곧 강제기소되는 오자와가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게 되면 완전복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케우치 요이치 기자는 “간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이겨 다니가키 사다카즈 총재가 총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일본 정국은 지금 안갯속이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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