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정치헌금에 ‘해국인’ 취급
마에하라 외상 사임 파문
마에하라 외상 사임 파문
“일본의 보수주의가 자꾸 국수주의로 흘러가는 것 같다.”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이 재일한국인으로부터 2005년부터 5만엔씩 20만엔의 정치헌금을 받은 일로 사임까지 하게 된 데 대해 재일한국인들이 불편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외국인을 나라에 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보는 일본 사회의 ‘배타성’이 또 한번 여실히 드러난 사례가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에 온 지 11년째인 사업가 김아무개(47)씨는 “어머니같은 분이 정성으로 건넨 돈이지 뇌물이 아닌데다, 법을 모르고 준 것”이라며 “(마에하라 외상의 자금관리단체가) 돈을 돌려주고, 관리를 잘못한 데 대해 사과하면 되는 일 아니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과거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 등이 재일한국인한테 정치헌금을 받은 일이 드러난 적이 있으나, 정치적 책임을 지거나 형사소추를 받지는 않았다.
물론 정치자금 의혹을 받은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공격한 마에하라 외상인만큼 자신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외국인’을 보는 일본 안의 시각이라는 게 교민들의 반응이다.
교민단체의 한 간부는 “헌금을 한 분은 38년 전부터 일본에 살아온 특별영주자로 일본인이나 다름없다”며 “정당의 당원이면 외국인도 헌금을 할 수 있는데, 단지 당원이 아닌 외국인이 헌금을 했다고 이렇게까지 소란스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자민당이 권력을 잃은 뒤 더욱 위축돼, 외국인에게 적대적이 돼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자민당은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부여법안을 강하게 반대했고, 일부 의원들은 외국인이 일본에 땅을 사는 것에 대해서도 위험하다며 규제를 부르짖고 있다.
일본 안에서도 외국인 헌금에 대한 과도한 단죄 분위기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아사히신문>은 8일 사설에서 “이번 일로 국익을 운운하면서, (마에하라 외상에게) ‘외교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느 나라 편에 설 것이냐’고 묻는 식으로 비판하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