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게을러…” 메어 일본부장 발언 물의 빚자 경질·사과
미국 국무부 케빈 메어 일본 부장의 일본 오키나와 주민 폄하 발언에 대해 10일 미국 정부가 공식 사과하고, 메어 부장을 경질했다.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하기 위해 9일 방일한 커트 켐벨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이날 오전 마쓰모토 다케아키 신임 일본 외무상과 만나 “메어 부장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정책이나, 오키나와 주민들에 대해 갖고 있는 경의에 맞지 않는다”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켐벨 차관보는 앞서 9일 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미국을 대표해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말했다.
메어 부장은 지난해 12월3일 국무부에서 미국 아메리칸대 학생 14명을 상대로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 이전과 관련한 비공개 강연을 하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은 게으르며, 속임수와 갈취의 명수”라고 발언했다. 그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오키나와 총영사로 근무한 인물이다.
이 발언이 당시 강의 기록 등을 통해 최근 일본 언론에 보도되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일본 정부도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이 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확실하게 대응하라”고 사과를 요구했다. 간 나오토 총리도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 사안이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불끄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주일 미국대사관은 이날 오전 케빈 메어 일본부장을 경질하고 후임에 존스 홉킨스 대학 비상근교수인 러스트 데밍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러스트 데밍은 91년부터 2년간 국무부 일본부장, 93년부터 96년까지 주일대사관 수석공사를 지낸 일본통이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미국이 베테랑 외교관을 20년만에 다시 일본부장에 임명하는 이례적인 인사를 통해, 이번 일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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