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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쓰나미 휩쓴 마을 흔적 없이 사라져

등록 2011-03-13 20:17수정 2011-03-14 09:37

대지진 전후의 미야기현 규모 9.0의 지진과 대형 지진해일(쓰나미)이 강타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의 12일 모습. 아직도 대부분 물에 잠겨 있는 이곳에선 1만명 이상의 주민이 연락이 끊겼다. 왼쪽 사진은 지진 이전 이 마을의 모습이다.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진흙 뒤덮인 마을은 유령도시처럼 변했고
생필품 바닥 보이지만 가게 새치기 소동 없어
[대지진 현장 르포]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연안도로는 완전히 결딴나 도쿄에서 평소 4시간 정도면 도착할 센다이에 내륙도로를 돌아 돌아 도착한 것은 16시간 만인 13일 오후 4시. 파괴된 도로보다 더 비참한 것은 한순간에 멈춰버린 일상의 흔적이었다.

센다이 시내 문을 연 극소수의 상점 앞에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부근에 멈춰서버린 전철이 눈에 들어왔다. 첫날 밤 쓰나미에 휩쓸린 주검 200~300구가 한꺼번에 발견된 센다이시 와카바야시구의 아라하마 지구를 비롯해 해안으로 다가갈수록 굴착기 등 중장비를 이용한 작업이 보였다. 온통 쓰러진 건물과 지진해일(쓰나미)에 휩쓸린 잡동사니에 거대한 쓰레기장처럼 되어버린 곳에서 길을 뚫고 있었다. 무전기를 든 자위대원들과, 행여나 가족과 지인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주택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끔 눈에 보였다. 3월11일에 멈춰버린 시간을, 사람들은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한때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던 아라하마 지구는 진흙과 어디선가 샌 듯한 기름이 뒤섞여 엉망이었다. 피난소의 한 남성은 <산케이신문>에 “도망칠 때 아직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지금부터 어쩌면 좋을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1일 지진과 쓰나미는 도쿄 옆 지바부터 이바라키, 미야기, 후쿠시마, 이와테현 등 일본 동쪽 연안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미야기현과 함께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이와테현의 리쿠젠타카타는 주민 1만7000명이 연락 두절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상공에는 구조 헬기 소리가 요란했지만 지상은 고요했다. 이들은 기왓장, 찻잔, 학교 시험지 등이 흩어져 있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전했다. 도로에서 5~6m 높이 언덕 위에 있는 집 현관까지 휩쓸려온 자동차의 모습은 11일 그 순간 그대로였다. 지역 신문 <가호쿠신보>도 거리엔 구조 헬기의 소리와 근처 게센가와의 탁류 냄새가 역하게 흘렀다고 전했다. 후쿠시마현 소마시에선 휩쓸려온 선박에 집들이 찌그러져 있었다.

지진과 핵공포라는 이중의 재앙을 맞았지만 일본인들은 소리내서 울지 않았다. 가게에서도 바닥을 드러내는 생필품을 먼저 손에 넣겠다고 새치기를 하거나 밀치는 모습은 없었다.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슬픔과 절망 속에서도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도우려 했다. 60대의 한 할머니는 애써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부터 사람들을 찾으러 갑시다.”







센다이/조기원 홍석재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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