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권 방사능 오염 우려
수도권 4개 현에서 평소 수십배 방사선 검출
기업들도 재택근무 지시…가족엔 ‘탈출’ 권고
주유소마다 긴 줄…제한 송전에 추위 겹시름
수도권 4개 현에서 평소 수십배 방사선 검출
기업들도 재택근무 지시…가족엔 ‘탈출’ 권고
주유소마다 긴 줄…제한 송전에 추위 겹시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15일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검출되면서 인구가 밀집해 있는 일본 수도권도 방사능 공포로 휘청거리고 있다. 계획정전과 전철파행까지 겹치며 수도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양새다.
도쿄 시내를 비롯해 지바·사이타마·가나가와·도치기 등 주변 4개 현에서 이날 일제히 평소의 몇십배에 이르는 방사선 수치가 검출됐다. 일본 정부는 주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출근을 하지 말고 집에서 일을 하도록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일본 정부는 이날 수도권에서도 방사성 물질 오염 우려가 커짐에 따라 주민들에게 외출을 삼가는 동시에 되도록 창문을 열지 말고 빨래도 바깥에 널지 말도록 촉구했다. 사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민들은 슈퍼마켓 등에서 빵과 라면, 우유 등 비상식량을 구입하느라 분주했다. 이 때문에 동네 가게는 먹을거리가 동이 났고, 대형 슈퍼도 식료품 진열대가 비는 곳이 많았다. 길거리에 나서는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지진으로 수송 사정이 나빠 물품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데다 일부 물품의 수요가 커지자 유통업체들은 1인당 판매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도쿄의 한 슈퍼마켓은 우유 판매를 1인당 2팩으로 제한했다. 철도 운행이 줄어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유소엔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긴 줄을 섰다. 상당수 주유소는 석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주유량을 자동차 1대당 20ℓ로 제한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롯데 구단은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이날 오후 지바시 QVC머린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니혼햄과의 연습경기를 취소했다. 지바롯데는 16일 이후의 일정은 미정이라며 “선수들에게도 빨리 귀가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도쿄 도심에서 검출된 방사선량은 평소의 20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고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높다는 소문도 휴대전화, 메일 등을 통해 퍼져 불안감을 부추겼다.
통신사정은 여전히 좋지 않다. 지진 피해를 본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70%의 가구에서 고정전화가 불통상태인 가운데 휴대전화 사용이 늘어나자 엔티티도코모 등 통신회사들은 휴대전화 이용량 규제를 강화해 주민들은 통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도권 외곽지역에선 ‘계획정전’에 따라 이날 3시간 안팎 전기공급이 중단돼 불편이 가중됐다. 대형 상가와 기업들은 전기 절약을 위해 옥외광고판의 불을 꺼 밤이면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는 15~18일 교육방송과 BS-2 위성채널 방송시간을 매일 5시간씩 줄이고 있다. 대형 슈퍼체인 이온은 전체 점포 3500곳에서 옥외 광고판을 끄고, 판매 물품을 비추는 조명도 중단했다. 백화점들은 일부 점포의 운영을 중단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도쿄를 떠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한 독일계 회사의 직원은 “회사가 일주일간 휴가를 주고, 피난수당을 주며 피난을 떠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도쿄의 한국인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귀국을 서두르면서 서울행 항공편은 동이 났다. 박중언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parkje@hani.co.kr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도쿄를 떠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한 독일계 회사의 직원은 “회사가 일주일간 휴가를 주고, 피난수당을 주며 피난을 떠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도쿄의 한국인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귀국을 서두르면서 서울행 항공편은 동이 났다. 박중언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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