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기관 “주변지역 운항 조심”
한국 ‘안전’만 강조·예방 소홀
한국 ‘안전’만 강조·예방 소홀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영향에서 한반도가 안전하다고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을 두고 ‘사전예방 원칙’과 거리가 먼 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영국 런던의 화산재정보센터(VAAC)는 일본 원전 사고와 관련해 ‘핵 비상’(nuclear emergency) 정보를 일본 주변 비행구역 공항에 통보했다. 후쿠시마 반경 30㎞를 운항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인근인 인천, 상하이 등의 비행구역에서도 이에 유의하라고 통보했다. 국내 환경운동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도 이날 밤 서울 주변에 비와 눈이 내린다며 ‘비와 눈을 맞지 말라’는 시민행동수칙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이날 밤부터 17일까지 여러 차례 보도자료 등을 통해 “핵 비상 경보가 아니며, 한반도 상공에 방사능 물질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에 소방방재 전문지인 <119매거진>은 17일 “영국 화산재정보센터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를 한 결과, 일본만이 아닌 한국을 포함한 주변 10개국 상공에 대한 핵 비상 경보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상청 주장을 반박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화산재정보센터의 통보는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만큼 주변 지역을 운항할 경우 조심하라는 원칙적인 메시지다. 한반도 상공에 방사성 물질이 있는지 여부는 화산재정보센터도 기상청도 실제 측정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사항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사전예방적 차원에서 나온 상식적 수준의 경고까지 문제삼는 것은 과민반응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방사성 물질 한반도 상륙설’이 트위터에서 떠돌다가 몇 시간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자체 정화’됐지만, 수사기관이 나서 최초 유포자를 찾아낸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한반도 상공에 편서풍이 부는 건 사실이지만 대기 흐름이 지역적으로 가변적인 점을 고려하면 한반도 상공에 방사능 오염이 우려된다는 경고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라며 “실측자료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은 경고라도 치명적인 발암물질의 오염·노출에 대한 시민들의 자연스런 우려나 예방 조처의 제시까지 막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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