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대지진
이틀째 소방차로 1·3호기 물 투입작업
전력복구도 속도…위험 완전 배제못해
이틀째 소방차로 1·3호기 물 투입작업
전력복구도 속도…위험 완전 배제못해
최악의 상황은 막은 걸까?
후쿠시마 원전 사태 발생 일주일 만인 18일 급속히 치솟던 원전 주변의 방사선 측정치가 처음으로 줄었다. 미미한 수치 변화여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나빠지기만 하던 상황이 일단 제어돼 복구작업을 벌일 시간을 번 것에 이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1~4호기 모두 언제 대량의 방사능을 뿜어낼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지만, 외부에서 전원을 끌어와 펌프를 가동할 수 있다면 사태는 반전될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18일 냉각수가 거의 바닥난 것으로 여겨지는 3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 이틀째 물붓기 작업을 벌였다. 자위대는 이날 오후 2시께부터 40분가량 소방차 6대를 이용해 전날(30t)보다 많은 50t가량의 물을 뿜어넣었다. 연료봉이 냉각수에 잠기도록 하는 데 필요한 최소량인 100t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막는 데는 일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일본 정부는 보고 있다.
발전소 주변의 방사선량은 물붓기 작업 뒤 조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 방위·보안원은 발전소 서문 근처에서 전날 물붓기 작업이 이뤄진 이후 하루가 지나자 방사능 수치가 10%쯤 떨어졌으며, 이날 물을 뿌린 뒤에도 3호기 근처의 방사능 수치가 조금 낮아졌다고 밝혔다. 야마모토 고지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물뿌림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방사능 수치가 안정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긴급출동한 도쿄소방청 ‘하이퍼 구조대’는 특수차를 이용해 호스로 바닷물을 직접 길어가면서 장시간 수조에 물을 채워넣을 준비작업에 나섰다.
전원 복구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도쿄전력은 긴급노심냉각장치를 되살리기 위해 외부 전원을 우선 2호기 변압기까지 연결하는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작업 속도는 더뎌, 일러야 19일 펌프 가동이 가능할지 판명날 전망이다.
특히 1~4호기가 모두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4기 전체의 냉각장치를 되살리기 전까지는 위험한 상황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레고리 야스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은 17일(현지시각)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원자로를 통제하는 데 며칠에서 수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지진 발생 1주일을 맞아 이날 밤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임을 솔직히 인정한다”며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자위대 등이 결사의 각오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전날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가 “현재의 원자력 정책을 계속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데 대해 “지금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지극히 당연한 발언이다”라고 말해, 일본의 원자력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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