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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고교 합격명단에 네 이름 있는데…”

등록 2011-03-24 19:56수정 2011-03-24 21:44

행불 친구들 소식없어 눈물
원전 근거리 학교는 문닫고
교장이 피난소 돌며 졸업식
지진피해 지역 슬픈 ‘새학기’

“합격자 명단에 네 이름이 있어. 빨리 돌아와.”

일본 미야기현 게센누마코요 고등학교에 23일 게시된 합격자 명단 앞에서, 이번 지진으로 행방불명이 된 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담임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학생은 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하교하면서 친구들에게 “미용실에 간다”고 말한 뒤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이날 공립고교 합격자 명단이 일제히 발표된 미야기현 곳곳에선 행방불명된 친구나 제자를 대신해 명단을 확인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4일 전했다.

미야기현은 주민 약 1만5000여명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될 만큼 일본 동북부 대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원래 15일이 예정이던 합격자 발표일도 23일로 미뤄졌다.

합격을 기뻐해야 하건만,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근에 사는 학생들은 언제 학교에 다닐 수 있을지조차 기약할 수 없다. 대피령이 내려진 원전 반경 20㎞에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니가타현 피난소에 있는 중학교 3학년 야지마 유카는 “가고 싶어서 응시한 학교인데 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며 착잡해했다. 사이타마시에 피난한 다무라 린은 “합격은 기쁘지만 학교에 다닐 수 없다니 이상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일본 동북부 곳곳에선 졸업식장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미야기현 미나미게센누마초등학교에서는 23일 진흙이 묻은 흔적이 남은 졸업장을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학교 금고에 있다가 해일에 휩쓸린 졸업장들을 찾아내 교사들은 하나하나 진흙을 털고 말렸다. 나카이 미쓰오 교장은 “여러분에게 용기를 주는 졸업증서라고 생각한다”고 졸업식에서 말했다. 학교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커 졸업식은 시민센터 건물을 빌려서 했고, 학생들은 “졸업식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티비에스>(TBS) 방송은 전했다. 이와테현 오쓰치중학교의 교장은 피난소 7곳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개별적으로 간이졸업식을 열어줬다. 학교가 물에 잠겨 있는데다 학생들이 피난소 곳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화사한 꽃다발은 없어도 아이들에겐 소중한 새출발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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