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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마비된 원전도시’에 밀착 생활정보 24시간 방송

등록 2011-03-25 19:34

아베 마사키
아베 마사키
직원 9명 방송국서 숙식
지진뒤 가족 안부등 전해
급수대 위치·방사선량 등
세밀한 정보 실시간 제공
[이사람]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시민커뮤니티방송 아베 마사키 국장

“내일 도쿄로 가는 고속버스는 첫차가 오전 8시, 이어 한 시간 간격으로….”

지난 23일 밤,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역 앞 대로변 1층 건물 밖에 내걸린 스피커에서 아나운서의 차분한 목소리가 밤거리에 나지막이 울려퍼졌다. 역 앞 500m 거리에서 유일하게 불을 밝힌 이와키시 시민커뮤니티 방송 스튜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다. 버스와 전철이 운행을 멈추고,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이와키시에서 이 에프엠(FM) 라디오 방송국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아베 마사키(사진) 국장은 “지진이 일어난 뒤부터 직원 8명과 사장 등 9명이 3교대로 24시간 생방송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방송국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애초 직원은 28명이었지만,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20명은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지진이 나자 방송국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소식이 끊긴 가족들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하고, 다른 이의 안부를 묻는 이들의 사연을 전하는 것이었다. 해안에 접해 일부 지역이 괴멸된 인구 33만여명의 이 도시에서도 사망자가 200명이 넘고, 피난민이 4000명을 넘는다. 방송국은 나흘간 안부 방송을 한 뒤, 지금은 생활정보를 주로 전하고 있다.

급수대가 어디에 설치됐는지, 문을 연 주유소와 슈퍼마켓은 어디인지, 재해대책본부가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의 뉴스가 실시간으로 이어진다. 아베 국장은 “어느 피난소에서 기저귀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야기도 지금 시민들에게는 중요한 정보”라고 말했다.

전국방송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시내 곳곳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을 실시간 구체적으로 전하고, 전문가들의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주민들의 정확한 판단을 돕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60%의 가구에 수돗물이 끊기고 식료품이 외부에서 거의 공급되지 않고 있지만, 이와키시의 치안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베 국장은 “이번 재해를 겪으면서 지역방송이 왜 필요한지 시민들이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러 한 청취자가 적막한 밤길을 걸어 막 갖고온 시원한 비타민음료를 한 직원이 건네줬다.

이와키(후쿠시마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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