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도쿄전력 “바닷물서 핵연료 피복관 물질 검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국제원자력사고 평가기준(NIES)상 심각한 사고(serious accident) 수준인 6단계에 해당한다고 <아사히신문>이 25일 보도했다. 5단계인 미국 스리마일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보다 높은 수준이며, 중대 사고인 7단계에 해당하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보다는 한단계 낮은 수준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의 방사능 추정 시스템인 ‘스피디’ 자료를 토대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능 양을 재서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인 지난 12일 오전 6시부터 24일 낮 12시까지 방출된 양을 단순 계산해보면 방사능이 3만~11만테라(테라=10의 12제곱)베크렐 방출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제원자력사고 평가척도에서 6단계(수천~수만테라베크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방사능 방출량은 180만테라베크렐이었다. 일본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지난 18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미국 스리마일 사고 수준인 5단계라고 발표했지만 앞으로 방사능 누출이 계속 이어지면 단계를 격상할 가능성이 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전 반경 20~30㎞ 지역에 주민의 자발적 피난을 촉구하는 한편, 피난령이 내려질 때에 대비해 준비 속도를 내게 할 예정”이라고 말해 강제 대피령을 반경 30㎞까지 확대할 뜻을 밝혔다.
한편 도쿄전력은 25일 후쿠시마 원전 배수구 남쪽 330m 지점에서 전날 채취한 바닷물에서 핵연료 피복관에 사용되는 지르코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몇차례 수소 폭발로 지르코늄이 벗겨졌을 가능성은 제기됐지만, 확인된 건 처음이다. 냉각수가 말라 사용후 핵연료의 피복관이 녹아버려 연료가 그대로 노출된 상황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이날 후쿠시마 원전 1호기에 바닷물 대신 담수를 투입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전했다. 바닷물을 들이붓던 기존 방식이 급한 상황에선 ‘최악’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바닷물의 소금기가 원자로 내부를 부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일단 소방차를 이용해 1호기에 담수를 주입했지만 펌프가 가동되면 담수를 주입할 예정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