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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원전의 타살’…30년 유기농 정성 앗아가

등록 2011-03-29 20:14수정 2011-03-29 22:08

후쿠시마 60대 농부 ‘죽음의 재’ 오염에 절망 끝내 자살
가족들 “원전이 죽인 것”
보이지 않는 재앙
‘2차피해’ 단면 드러내

“후쿠시마 채소는 이제 끝장이다.”

아버지는 얼마 전부터 숨이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반복하며 “끝장”이라고 중얼거렸다고 아들은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현 스카가와시에서 30년 넘게 유기농 농사를 지었던 64살 농부는 지난 24일 스스로 목을 맸다. 양배추 등 11개 품목에서 기준치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며 먹지 말라는 조처가 내려진 다음날이었다.

29일 뒤늦게 사연이 공개된 그의 30년 농사인생은 자부심으로 가득 찼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지역 농협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직접 만든 부엽토로 토양 개량을 하면서 유기농 재배를 고집했다. 양배추 파종 방법에 대해서는 10년 가까이 연구했으며, 지역 초등학교 급식용 양배추도 공급했다. “아이들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정성스럽게 재배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내려놓지 않으려 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1일 후쿠시마현 인근 시금치 등에 대해 출하 정지 조처를 취했을 때만 해도 “상황을 봐가면서 양배추는 조금씩 출하해야지”라고 말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집 안채와 헛간이 부서졌지만 다행히 밭에 있던 양배추 7500포기는 무사했다. 나중을 대비해서 헛간도 수리했다. 하지만 23일 11개 품목 식용제한 조처까지 떨어졌고, 그의 작업일지는 이날로 끝나 있다.

아들은 “아버지는 지금까지 기울여왔던 정성이 무너져내렸다는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원전이 죽인 것”이라고 분노했다.

주변지역 농업·어업이 초토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원전 2차 피해의 첫 희생자가 됐다. 그러나 그 끝은 아직 가늠조차 할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40㎞ 떨어진 이타테무라에서는 역대 최고치 세슘이 검출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문부과학성이 이타테무라에서 26일 채취한 잡초에선 1㎏당 최고 세슘 287만베크렐이 검출됐으며, 이는 지난 20일 검출됐던 265만베클렐보다 많은 것이다. 근육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인 세슘은 반감기가 30년으로 길어, 주민들 건강과 농사에 장기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타테무라의 토양 오염은 이미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당시 토양 오염도에 필적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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