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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영토문제 해결법은 시간과 대화뿐 독도문제 겪고 일본 더 잘 알게 돼”

등록 2011-04-03 23:03

도이 류이치 의원
도이 류이치 의원
일본내 여론악화로 당직사퇴에 탈당까지
한국아픔 잘 알아…양국관계 개선 노력
“일 영유권 주장 중단” 서명뒤 곤욕치른 도이 류이치 의원

지난 2월27일 “독도 영유권 주장을 중단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한 ‘한일 기독교의원연맹 공동선언’ 파문에 휩싸여 국회직과 당직을 사임하고 민주당에서도 탈당한 도이 류이치(72·사진) 의원은 우익들의 항의와 위협 때문에 한동안 지역구 사무실을 폐쇄하고,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아직도 의원직 사임 요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고 한다. 독도 문제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내부에서도 얼마나 예민한 사안인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 1일 오후 <한겨레>와 만난 도이 의원은 “이번 일로 일본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며 “한국의 아픔을 잘 아는 한 사람으로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산케이신문>에 3월9일 보도가 나간 뒤, 전화, 팩스, 인터넷 등을 통한 항의가 빗발쳤다. 경찰이 “위험하니 지역구에 오지 말고, 외출도 삼가해달라”고 했다. 한동안은 집에도 못들어가고 의원 숙소에서 지냈다. 지역구 사무실도 닫았다가 28일에야 문을 열었다.”(공식 인터넷사이트는 아직 폐쇄된 채 그대로다.)

-지난달 10일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 정치윤리심사회장직과 민주당 상임간사회 의장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15일 탈당까지 한 이유는?

“야당뿐 아니라 동료들 사이에서도 의원직을 사임하라는 요구가 많았다. 지역구 현의원들도 지방선거가 어려워졌다며, 그만둬달라는 말이 많았다. 국회직 당직 사퇴만으로 사태가 수습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당이 나를 징계할 근거도 없었다. 그래서 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 스스로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일로 의원직을 그만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제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고.”

-한국에서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게 그렇게 큰 사건이 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 일본인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이 재일 한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다케시마(독도)는 일본이란 나라의 생명을 잃게 할 만한 존재가 아니다. 지하에 자원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작은 섬 하나를 둘러싸고 일본인들이 어떻게 이렇게 반응할 수 있을까? 국회에서 증인소환해주면 나가서 설명하겠다고 해도, 불러주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국회에서는 열 번 넘게 내 이름을 거론한 질문이 나왔다. 이런 문제는 한일관계보다 해결이 더 어려운 것같다. 일본의 장래가 위태로와 보인다.”


-지난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 긴장이 조성됐다. 이번 공동선언이 지난해나 2008년에 나왔어도 이렇게 큰 소동이 일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산케이신문>이 물고 늘어진 것은 민주당의 도이 류이치, 간 나오토 그룹의 (고문인) 도이 류이치였다고 사람들이 얘기한다.”

-며칠 전 새 중학 사회교과서 검정 결과가 나왔다.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표기한 교과서가 훨씬 많아졌다. 한국에서는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어도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교과서 내용은 2008년 해설서에 따른 것이다. 교과서 업무를 맡는 관료는 그 시대의 분위기를 읽고, 출판사도 이를 따른다. 교과서 서술에는 여론이 개입하고, 정치가 간접적으로 개입한다고 봐야 한다.”

-지난달 10일 기자회견에서 공동선언문 내용을 사전에 정확히 몰랐다고 했다. 한국쪽 의원들한테 섭섭하지 않나?

“어떤 사람들은 내가 김영진 의원의 계략에 말려들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웃음) 그날은 3·1운동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한국 의원들이 언급한 것은 한국의 국익에 바탕을 둔 것이니, 그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좀더 세심하게 주의를 했어야 한다. (한국 쪽에 선언문을) 철회할 수 없겠냐고 얘기는 해봤지만, 한번 나온 걸 되돌릴 수 있겠는가?”(도이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분들은 생각한 게 있으면 발빠르게 추진해나간다”며 “일종의 한류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독도 문제로 갈등이 커지는 듯한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영토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러나 전쟁으로 해결해선 안되는 일이고, 시간을 두고 대화로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 쪽도 할 말은 하고, 일본도 생각을 얘기하면서 서로 계속 대화해야 하지 않겠나. 어른스럽게 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앞으로 계획은?

“나는 ‘코스모폴리탄’(범세계주의자)이다. 이번 일은 국제관계 안의 한 에피소드일 뿐이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좀 더 확실히 태도를 표명하려고 생각한다. 물론 찬성하기 어려운 항목에 대해서는 한국 쪽에 얘기도 할 것이다. 신뢰를 쌓아가면서, 관계 개선에 이바지하고 싶다. (기자는 ‘무소속이 됐는데, 다음 선거에 출마는 하실 생각이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도이 의원은 “지지자들의 생각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도쿄/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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