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은 그래도 한낮이었다. 7일 밤 11시 반을 넘어 다시 도호쿠 지방엔 ‘웅~’ 몸을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몸이 솟구치는 듯한 충격이 느껴지더니 격렬한 진동이 1분 이상 지속됐다. 3월11일 대지진보다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밤의 대형 여진이 몰고 온 심리적 공포는 그 못지않았다. 곳곳에서 비명이 들리고 집의 가스가 새면서 당황한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왔다고 일본 언론들은 8일 전했다.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에 있는 현립 후쿠시마고교에서 이미 한달 가까이 피난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고작 할 수 있는 일은 “이불에서 웅크린 채 진동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일뿐이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더이상 피난 갈 곳도 없다.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와 2호기의 건물 안팎에서 밤샘작업을 벌이던 15명도 급하게 대피했다. 도쿄전력 쪽은 이들을 포함한 383명의 작업 인원들이 ‘면진탑’이라고 불리는 시설로 대피한 뒤 날이 밝은 다음 1원전의 점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여진으로 도호쿠 지방에서 겨우 시작되던 복구작업은 다시 차질을 빚게 됐다. 미야기현 게센누마시의 피난소에 머물고 있는 70대 노인은 “체육관이 크게 흔들렸다. 어제 겨우 복구된 주변 도로의 신호도 다시 꺼지고, 주변에선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만 들렸다”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기상청은 7일 밤 발생한 규모 7.4의 여진으로 미야기현 북부와 중부에서 진도 6강의 지진이 관측됐다고 밝혔지만,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미나미산리쿠초, 오나가와초 등 12곳은 추정치만 알려졌다. 지난달 대지진 때 망가진 진도계가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긴급 지진속보가 제때 전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흔들림이 느껴지면 즉각 대처해달라”고 밝혔다. 대지진으로부터 29일째, 도호쿠 지방의 공포는 꺼지지 않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