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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후쿠시마 ‘저주의 땅’ 되나

등록 2011-04-10 20:32

농사 포기한채 버려진 들판
수백마리 소도 ‘방사능오염’
주민들은 외지서 거부 당해
[일본 동북부 대지진 한달]

후쿠시마현 일대에 비가 내린 9일 일본 기상청이 이와키시 오나하마의 옛 관측소 자리에 심어놓은 벚나무 표본목에서 꽃봉오리 하나가 활짝 피어났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람들의 마음엔 봄은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원전에서 60㎞ 가량 떨어진 고리야마시의 농촌마을 히와다마치의 들판엔 이날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텃밭엔 수확하지 않은 시금치가 누렇게 말라가고, 비닐하우스는 텅 비어 있었다.

1㏊의 벼농사를 짓는다는 와타나베 마사히코는 “예년 같으면 트랙터로 논갈이가 한창 이뤄질 때인데, 올해는 파종 유예 조처가 내려져 농사가 모두 멈췄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흙 1㎏당 5000베크렐 이상의 세슘이 검출되는 지역에서는 시·정·촌 단위로 올해 벼농사를 중단시킬 계획이다. 생산한 쌀에서 기준치인 1㎏당 500베크렐 이상의 세슘이 검출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세슘은 반감기가 30년이라, 올해 영농금지 대상이 되면 앞으로 몇십년간 못쓰는 땅이 된다. 이미 1㎏당 세슘이 1만5000베크렐 이상 검출된 이타테무라는 대상지역에 포함될 게 거의 확실하다. 후쿠시마현 농민들은 12일 발표할 예정인 정부의 토양조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후쿠시마현 담배경작자조합은 8일 다무라시에서 모임을 열어, 올해 담배 농사를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기르고 있던 담배 묘목도 모두 폐기처분하기로 했다.

옥내대피 조처가 취해진 원전 반경 20~30㎞ 일대에서 가축을 기르는 축산농가들은 “우리 소들을 하루 빨리 살처분해달라”고 정부에 하소연하고 있다. 그들은 외지로 피난하고 싶어도 가축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어 집에 머물고 있다. 키우는 소는 이미 방사능에 오염돼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해졌다. 후타바축산농업협동조합 소속 103명이 키우는 소만 해도 큰 소가 490마리, 송아지가 293마리에 이른다. 지난 7일 이와키시 앞바다에서 잡은 까나리에서는 시료 4건 중 1건에서 기준치(1㎏당 500베크렐)를 넘는 57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외지인들이 후쿠시마 현민과 접촉을 기피하는 일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 재해대책본부는 “시즈오카현에 화물운송을 하러 간 남편이 주유소에서 주유를 거부당하고 식당에도 들어가지 못했다는 부인의 신고 등 여러 건의 차별신고가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리야마(후쿠시마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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