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주민 불만 고조…외국인 관광객 발길 ‘뚝’
정부, 늑장대처 비판에 “틀릴 가능성 있어 안 밝혀”
정부, 늑장대처 비판에 “틀릴 가능성 있어 안 밝혀”
일 원전사고 ‘최고등급’ 파장
“원전 상황이 안정돼 있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사고 등급을 왜 올리는 건가?”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등급을 최고인 ‘7’로 올린 12일 후쿠시마현 가쓰라오무라의 회사원 스즈키 이사오는 <요미우리신문>에 이렇게 말했다. 미나미소마시에서 후쿠시마시로 대피해 있는 한 피난민은 “정부나 도쿄전력의 회견 내용은 알아듣기 어려운데다, 내용도 엇갈려 믿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토 유헤이 후쿠시마현 지사는 “엄청난 얘긴데, 사전에 알려줬어야 하지 않느냐”고 보안원에 불만을 터뜨렸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악명높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사고등급으로 평가되자, 후쿠시마현 주민들 사이에 정부에 대한 불신과 지역 평판이 나빠질 것이란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일본 관광업계와 제조업체들도 파장을 걱정한다. <산케이신문>은 “도쿄 제국호텔의 외국인 손님 비율이 평소 40~50%에서 20% 밑으로 떨어졌다”며 “일본산 식품과 공업제품 수입국가들이 수입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늘었다”고 악영향을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달 말께 이번 사고로 유출된 방사능량이 7등급에 해당하는 수준임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로야 세이지 원자력안전위원은 “지난달 23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물질 방출량이 7등급 기준인 수만 테라베크렐을 넘어 10만 테라베크렐에 이르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도 13일 기자회견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등급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등급 변경이 너무 늦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시의 (방사능 유출량) 수치는 3곳만의 측정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라 확신하기 어려웠다”며 “틀릴 가능성이 있는 단계에서 말하기 곤란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부는 방사능 계측 결과를 그때 그때 발표했고, 유출된 방사능이 주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맞춰 대처해왔다”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히로세 히로타다 전 도쿄여자대학 교수(재해심리학)는 “(일본 정부가 그동안 사고등급을 낮게 유지해온 데는) 심각한 상황에 국민을 단계적으로 적응시킨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정보만 국민에게 알리게 되면, 대처에 필요한 준비가 부족해진다”고 지적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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