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손들어줘
1945년 일본 패전 직전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주민 집단자결 사건과 관련해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당시 사건에 일본군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결로 최종 확정했다.
최고재판소는 작가 오에 겐자부로(76)가 1970년 쓴 책 <오키나와 노트>와 관련해 “서술 내용이 사실과 달라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당시 오키나와 전투 참전 부대장 등이 낸 소송에서 22일 원고의 청구를 최종 기각했다고 <류큐신보> 등 일본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고등법원은 2008년 10월 “집단자결에 일본군의 강제 또는 명령이 있었다고 평가할 만한 근거가 있다”며 오에 겐자부로와 이와나미 출판사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
‘오키나와 집단자결’은 1945년 4월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하자 일본 군부가 지역주민들에게 항복하지 말고 자살하도록 강요한 사건을 말한다. 10여곳에서 주민 1000명 이상이 집단 자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게 하는 등 극히 비인간적인 사례도 증언으로 전해져 있다.
이 사건은 일본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도 실려 있었다. 그러나 소송이 벌어지면서 “일본군은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자, 문부과학성은 2006년 교과서 검정의견에서 “일본군이 자살을 강제했다는 부분은 논란이 있는 내용”이라며 삭제를 지시한 바 있다.
오에 겐자부로는 “재판 과정에서 여러 생존자들이 집단자살이 강요됐음을 증언해줘 재판에서 이길 수 있었다”며, 새로운 증언을 책에 덧붙일 뜻을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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