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기간에 도쿄 등 대도시서 반원전 시위
누리꾼들 트위터로 호소…“원전 무관심에 책임감”
누리꾼들 트위터로 호소…“원전 무관심에 책임감”
일본 대지진 50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멈춰 서 있던 도호쿠 신칸센이 지난달 29일 전면 재개통되는 등 일본 분위기가 추모에서 복구·재건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한편으로 ‘원자력발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대지진 발생 50일을 맞아, 일본의 표정을 잡아봤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50일 넘게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원전 반대 시위가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에 도쿄를 비롯한 7개 큰 도시에선 반원전 시위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지난달 10일 도쿄 고엔지에서 1만5000여명이 참석한 시위를 조직했던 누리꾼들은 7일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더 큰 규모의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원전 반대 시위는 뜻있는 누리꾼이 트위터에서 호소하고, 이에 찬동하는 사람들이 답을 하는 방식으로 조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8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도쿄 하라주쿠 일대에서 벌어진 거리시위도 한 회사원이 트위터로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참가자들은 반원전을 상징하는 유채꽃(방사능을 흡착해 토양오염 개선에 쓰임)을 손에 들고, ‘원전 필요 없다’, ‘원전을 세워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2시간여 동안 거리를 행진했다.
센다이에서 지진 피해를 입어 시즈오카의 친정에 피난왔다는 고토 사키코(주부)는 젖먹이를 안고 도쿄까지 와서 시위에 동참했다. 고토는 “지금까지 원전에 무관심했던 데 대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금부터라도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마오카 원전이 있는 시즈오카에 사는 야나기(자영업)도 “우리 집은 원전에서 90㎞ 떨어져 있지만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며 “힘을 보태기 위해 아내와 함께 도쿄까지 왔다”고 말했다.
시위를 벌이자고 맨 먼저 제안한 히라노(회사원)는 “아직 원전 반대 여론은 소수파지만, 원전이 필요 없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원전 시위는 1일 센다이에서 열린 데 이어, 5일 삿포로, 7일 오사카와 고베, 8일 아이치와 후쿠오카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수도 도쿄에서는 지난달 29일 ‘전쟁으로 가는 길을 막는 백만인 서명운동’이란 단체가 주최한 시위가 다이도구에서 있었고, 3일 프리터(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조합 주최로 신주쿠에서 시위가 이어진다. 7일 시부야 시위를 호소한 트위터엔 답글이 쏟아지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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