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원전사고 수습 ‘험난’
핵연료 누출 가능성 커져
핵연료 누출 가능성 커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1호기뿐 아니라 2, 3호기도 압력용기 안의 연료봉이 사고 초기 모두 녹아내렸으며, 이로 인해 압력용기 바닥에 구멍이 뚫려 손상된 핵연료가 격납용기로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 사고 수습이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워진 것이다.
도쿄전력이 16일 공개한 사고발생 이후 각종 수치를 보면, 2호기는 3월15일 오후 6시43분께, 3호기는 16일 오후 11시50분께 압력용기 안의 압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핵연료가 녹아내려(멜트다운) 압력용기 바닥에 쌓이면서 고열로 인해 바닥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보고 있다. 호소노 고시 총리 보좌관은 “1호기는 14시간9분, 2호기는 6시간29분, 3호기는 6시간43분 동안 노심에 물이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며 “노심이 완전 융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압력용기에 구멍이 뚫렸다면 손상된 핵연료가 격납용기 쪽으로 흘러나갔을 가능성도 매우 크다. 특히 3호기에서 흘러나온 오염수에서는 핵연료가 손상될 때 나오는 테크네튬이 검출돼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자로 사고 때는 멜트다운은 일어났지만 압력용기는 손상되지 않았다”며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꺼내고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해체작업에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전력은 4월17일 공정표를 발표하면서 1호기부터 격납용기에 물을 채워 핵연료를 냉각시키는 수관작업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압력용기 손상으로 이를 포기하기로 했다. 애초 2호기에서만 발견됐던 오염수가 1, 3호기에서도 대량으로 발견돼 오염수 대책도 새로 세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도쿄전력은 사고수습계획 발표 한달을 맞은 17일 기존 계획을 수정해 “원자로 건물 지하실 등에 있는 고인 오염수를 정화해 원자로에 냉각수로 재주입하는 ‘순환주수냉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화장치를 가동하기 전까지는 오염수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부터 그동안 작업해오던 2호기에 이어 3호기에서도 터빈 건물의 오염수를 집중폐기물 처리시설로 옮기기 시작했다.
한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지진발생 이후 1호기에서 가동중이던 비상 냉각장치(비상용 복수기)가 지진해일이 오기 전에 멈춰 선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진으로 모든 외부 전원이 끊김에 따라 1호기에만 따로 설치돼 있던 비상용 냉각장치가 가동됐으나 10분 만에 가동을 멈췄다. 도쿄 전력은 “냉각장치로 인해 원자로 안의 압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에 수동으로 멈춰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도쿄전력이 지진해일로 냉각장치가 모두 못쓰게 됐다고 그동안 밝혀온 것과는 다른 것이다. 원자력 안전보안원은 도쿄전력에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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