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 “로카쇼무라 작동 안돼…사용후 핵연료 쌓여”
원자력 정책 후퇴…‘핵무기 재료’ 플루토늄 추출도 차질
원자력 정책 후퇴…‘핵무기 재료’ 플루토늄 추출도 차질
원자력발전소 증설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사용후 핵연료를 가공해 재사용하는 이른바 ‘핵연료 사이클’의 추진도 백지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정책을 원전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더욱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의 핵연료 사이클 추진엔 핵무기 재료로 쓸 수 있는 플루토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던 까닭에 재검토 결과에 따라서는 대외관계나 전세계 비핵화 문제 등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간 총리가 17일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과 한 회담에서 “롯카쇼무라 재처리시설을 이용하려던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런 현실을 반영해 에너지 기본계획을 백지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18일 보도했다. 간 총리는 “그렇게 많은 사용후 핵연료가 (처리되지 못한 채 원전 등에) 쌓여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은 핵무기 비보유국 가운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재처리시설을 지어 일본 원전에서 쓴 사용후 핵연료를 가공해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이를 혼합핵연료(우라늄에 플루토늄을 일부 섞은 MOX)나 고속증식로 연료로 쓸 계획이었다.
문제는 핵연료 사이클에 필수적인 재처리시설과 고속증식로 모두 계획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짓고 있는 재처리시설은 애초 1997년 완성할 계획이었으나 각종 사고로 20차례나 완공이 연기됐다. 지난해 10월에도 2012년 10월로 완공을 미뤘다. 고속증식로 실험용 원자로인 몬주도 사고로 가동을 멈추고 있다가 지난해 14년5개월 만에 시험가동을 재개했으나 또 많은 문제를 일으켜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처럼 ‘핵연료 사이클’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함에 따라, 일본 원전에는 사용후 핵연료가 대규모로 쌓여가고 있다. 몇 해가 지나면 아예 저장공간조차 없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간 총리의 ‘백지 재검토’ 발언은 우선적으로 이런 문제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핵무기 문제와의 관련성이다. 일본이 핵연료 사이클에 집착해온 명분은 핵원료의 활용도를 높이고 최종 핵폐기물은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용후 핵연료의 독자적인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순도 90%)을 확실하게 보유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설이었다. 특히 몬주가 제대로 가동될 경우 질 좋은 핵무기 연료가 되는 순도 98%짜리 플루토늄이 생산된다. 간 총리의 핵연료 사이클 추진 재검토가 ‘플루토늄 집착’에서 벗어나는 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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