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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원전 멈춰선 일본…관청부터 수영장까지 ‘절전 또 절전’

등록 2011-05-22 20:40

‘냉방용 수요 급등’ 수도권 전력 620만㎾ 부족 예고
지자체 업무·공장 등 평일 일부 쉬고 주말에 가동
일본 사이타마현은 19일 오전 10시부터 현청사의 실내 조명을 절반만 켰다. 오후 3시부터는 복사기와 프린터의 전원을 1시간씩 차단했다. 업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시험해, 올여름 절전 계획을 짜기 위한 것이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올 7~9월엔 목요일과 금요일에 쉬고, 전력 소비가 줄어드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장을 가동하기로 공식 결의했다.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대거 멈춰선 일본에서 ‘절전’이 당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냉방용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올여름에 모두가 힘을 합쳐 전력 소비를 줄이지 못하면, 지역별로 돌아가며 몇 시간씩 전기를 끊는 ‘계획정전’을 해야 한다. 전력회사들은 계획정전을 원칙적으로 실시하지 않기로 했지만, 소비전력이 공급 능력을 넘어서면 갑작스레 전기가 끊기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전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곳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도쿄전력이 전기를 공급하는 지역으로, 도쿄 등 수도권이 여기에 포함된다. 도쿄전력은 올여름 전력 공급이 최대 전력 수요에 견줘 10.3%(620만㎾)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15% 전력 소비를 줄이자는 목표를 세웠다. 절전을 강제하기는 어려운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 가계의 협력이 절실한 형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도쿄 이타바시구는 7월부터 구내 수영장 4곳에 대해 그동안 월 1차례 쉬던 것을 주 1차례 쉬도록 했다. 가나가와현 에비나시는 7월부터 석달간 전력 소비가 많은 수요일 오후엔 시청 업무를 쉬고, 대신 토요일 오전에 하기로 했다. 에비나시는 20% 절전을 통해 전 공공기관에서 경비도 1300만엔이 절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로부터 전기를 쓸모없이 많이 쓴다는 비판을 받은 파친코 업계와 자판기 음료 업계도 파격적인 절전 계획을 밝혔다. 파친코 업계는 도쿄전력 관내 4천여 점포에 대해 월 3차례 이상 평일에 쉬기로 했다. 전국청량음료공업회도 돌아가며 자판기의 냉각기능을 중단시키기로 했다. 두 업계의 절전 목표는 25%다.

일본 고교야구연맹은 8월6일 고시엔 구장에서 열리는 전국선수권대회 때는 이틀째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경기를 오전 8시부터 열기로 했다. 예년엔 오후 1시반에 열리던 결승전이 오전 9시반부터 시작된다.

절전에 대한 민간의 호응은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선풍기 등 전력 소비가 적은 전기제품의 판매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지에프케이(GFK)재팬은 “지난 4월 셋째 주 간토지방의 엘이디 전구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88%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편의점 로손과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 4월 중순 도쿄전력 관내 모든 점포의 조명을 엘이디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엘이디 전구는 기존 전구에 비해 몇 배나 비싸다. 이 때문에, 당장 드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중소기업에 엘이디 전구를 대여하는 전기업체도 나왔다.

1970년대 석유파동기에 원유 확보를 못해 큰 어려움을 겪은 일본은 그때의 교훈으로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일본의 에너지 효율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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