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트다운 넘어 녹은 핵연료가 원자로 관통 추락 가능성
IAEA에 후쿠시마 사고 부실 인정한 ‘반성문 수준’ 보고서
IAEA에 후쿠시마 사고 부실 인정한 ‘반성문 수준’ 보고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반성문 수준’의 보고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했다. 원전 상황과 관련해서는 1~3호기 압력용기 안의 연료봉이 모두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을 넘어, 녹은 핵연료가 압력용기를 관통해 격납용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멜트스루’(원자로 관통)의 가능성이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일본 원자력재해대책본부는 7일 제출한 보고서(잠정판)에서 “지진해일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던 탓에 원자로 냉각을 위한 전원이 확보되지 못했다”며, “현재 원자로 압력용기의 밑바닥이 손상돼 핵연료가 격납용기 바닥으로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심각한 사고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던 까닭에 원자로 안의 압력을 낮추기 위한 배기(벤트)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고, 수소폭발같은 사고도 상정하지 않고 있었다”며 “온세계 사람들에게 불안을 안겨준 것을 깊이 사과한다”고 썼다. 또 “긴급시신속방사능예측시스템(SPEEDI)의 자료를 사고 직후부터 공표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사고 등급을 가장 높은 7로 올린 것이 늦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정보의 정확성을 중시한 나머지 위험성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불안을 안겼다”고 인정했다. 안전규제 행정과 관련해선 “안전확보의 책임을 맡고 있는 기관이 불명확해 힘을 합쳐 대응할 수 없었다”면서 “원자력안전 보안원을 (경제산업성에서) 독립시키고,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포함한 규제행정 체제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일본 안팎에선 원자력 산업을 추진하는 경제산업성 산하에 안전감시를 담당하는 원자력 안전보안원이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 보고서는 오는 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 각료급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보고서 작성을 지휘한 호소노 고시 총리보좌관은 “안전확보 비용을 포함한 원자력발전의 비용을 분명히 해, 앞으로 원전을 어찌할지 국민적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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