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일 원전정책 정면 비판
“일본인은 핵에 대해 ‘노’(No)라고 계속 외쳐야 했다.”
소설 <1Q84> 등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2·사진)가 9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정부 청사에서 열린 제23회 카탈루냐상 수상 연설에서 일본의 원전 추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탈원전을 호소했다. 카탈루냐상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문화 및 인문과학 분야에 공적이 있는 인물에게 주는 상이다.
‘비현실적인 몽상가로서’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무라카미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일본인이 체험한 두번째 커다란 핵 피해이지만, 이번에는 우리 손으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스스로를 질책했다.
그는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폭탄이 투하된 나라로, 방사능이 사람의 몸에 얼마나 심각한 상흔을 남기는지 우리는 피폭자들의 희생을 통해 배웠다”며 “그럼에도 효율을 내세운 업계의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여 지진이 많은 일본이 지금 세계 3위의 원전대국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무라카미는 “원전 추진파가 강조하는 ‘현실’이란 ‘편의’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런 논리 바꿔치기를 허용해온 일본인의 윤리·규범의 패배이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기술력과 지혜, 사회자본을 쏟아부어 원전을 대체할 유효한 에너지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했다”며 “그것이 히로시마·나가사키의 (2차대전 당시 원폭) 희생자들에게 책임지는 방법이었다”고 덧붙였다.
무라카미의 이날 연설은 일본인, 나아가 전세계인을 향한 메시지로 이어졌다. 그는 “꿈을 꾸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효율과 편의라는 이름을 가진 재앙의 개들을 좇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강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비현실적인 몽상가여야 한다”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비현실적인 몽상가란 원전 추진파들이 원자력발전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쓰던 표현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석달을 맞는 11일 전국 40여곳의 도시에서 반원전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일본 시민들은 세계 각국 100만명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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