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미래가 무엇보다 걱정돼요. 원자력발전소를 즉시 멈춰 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11일 오후 도쿄 신주쿠의 반원전 시위에 참가한 사이토 마코토(43·회사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이날 시위에 참가했다. 시위 참가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러 나왔다가 시위에 합류한 스미모토 노리코(60·주부)는 “원전이 없으면 살 수 없지 않으냐는 질문에 지금까지는 대답할 말이 없었지만, 이제 그 대답을 진지하게 생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일본인들이 ‘원전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원전 사고 석달을 맞은 이날 도쿄를 비롯해 일본 전국 140여곳에서 반원전 시위가 벌어졌다고 12일 보도했다.
신주쿠에는 이번 원전사고 이후 가장 많은 2만명(주최 쪽 추산)이 모였다. 시위대는 오후 3시께부터 록밴드의 연주를 앞세워 휴일의 번화가를 3㎞가량 행진하며 ‘탈원전’을 호소했다. 1945년 핵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에서도 ‘원폭 돔’에 300명의 어머니가 모여 반원전을 상징하는 유채꽃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원전사고 피해가 집중된 후쿠시마현에서도 도시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방사선량이 도쿄의 20배나 되는 고리야마시에서 시위에 참가한 하시모토 마도카(36·주부)는 “심호흡조차 할 수 없어”란 글귀를 쓴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일본의 환경단체들이 이날을 ‘탈원전 100만인 행동’의 날로 정해 세계적인 동참을 호소한 데 호응해, 프랑스 파리 시청 앞에 수천명이 모인 것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버른, 홍콩, 대만의 타이베이 등 외국에서도 반원전 집회가 열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원전 반대 시위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 태도는 여전히 매우 소극적이다. 12일치 전국 일간지 가운데는 <아사히신문>만이 1면과 사회2면에 11일 시위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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