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국 방어에 영향” 주장…협상 딴죽걸어
전세계 46개국의 비준에 따라 국제 사회가 지난해 8월 ‘집속탄 사용금지 협약’을 발효시켰지만, 가장 많은 집속탄 보유국인 미국은 여기서 빠져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은 나아가 이 협약이 주일미군의 재편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며 일본의 협약 참가를 막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집속탄은 한 개의 폭탄 속에 또다른 폭탄이 들어가 있어, 넓은 지형에서 다수의 인명을 살상하고 많은 불발탄을 남겨 2차 피해를 안기는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다.
<아사히신문>은 16일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입수한 주일 미국대사관의 외교 전문을 인용해, 협상을 전후해 미국이 일본에 지속적인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2007년 이 협약 교섭이 시작된 노르웨이 오슬로 국제회의가 열린 지 두달 뒤, 미국은 일본과의 협의에서 “집속탄 사용이 금지되면 미국의 우방국 방어에 영향을 준다”며 “주일미군의 능력에도 손상이 온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일미군 사령관은 “일본이 규제에 참여하면 자위대나 하청업자는 집속탄을 취급할 수 없게 돼 이를 다룰 미군 병사가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며 “주일미군을 줄이기는커녕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주일미군 당국자는 협약의 큰 줄기가 마련된 2008년 4월에도 “일본에서 집속탄을 보관, 탑재할 수 없게 되면 유사시 미군이 (이를 탑재한) 전투기를 일본에 갖고 올 수 없게 된다”고 구체적인 작전상의 난점을 거론하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은 조약문서가 합의된 2008년 더블린 회의에서 집속탄의 ‘취득’은 금지 대상에서 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에 실패하자 ‘취득은 소유권을 포함한 개념으로 본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유사시 자위대가 미군의 집속탄을 수송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신문은 “일본의 조약 비준으로 자위대가 보유한 집속탄은 8년 안에 폐기하게 됐지만, 일본의 노력도 있고 해서 결과적으로 주일미군은 집속탄을 계속 보유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미국·중국·러시아·이스라엘·한국 등이 “집속탄 사용금지 협약을 무력화시키는 나라”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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