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사고 100일
도쿄·후쿠시마시 등 피난구역 아니지만 계측수치 높아
집안도 허용치 초과…방사능 불안에 공원나들이 꺼려
도쿄·후쿠시마시 등 피난구역 아니지만 계측수치 높아
집안도 허용치 초과…방사능 불안에 공원나들이 꺼려
도쿄 마루노우치에 있는 증권사에서 과장대리로 일하는 한 여성(37)이 이달 초 회사에 사표를 냈다. 지바현 마쓰도시에 사는 이 여성은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7)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4)을 데리고 친정이 있는 가고시마현으로 떠날 계획이라고 주간지 <아에라>는 최근 보도했다. 방사능 때문이다.
원전에서 200㎞나 떨어져 있지만, 이 여성이 사는 집에선 시간당 최고 0.2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계측됐다. 연간(8760시간)으로는 1.752밀리시버트다. 성인의 연간 피폭 허용치 1밀리시버트(1000마이크로시버트)를 크게 웃돈다. 고압세정기로 집을 씻어봤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5월 하순 시당국이 신마쓰도역 앞에서 시간당 0.524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을 계측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직장을 포기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연간 누적 피폭량이 20밀리시버트를 넘는 피난구역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주변에 견줘 방사선량이 매우 높은 이른바 ‘핫스팟’에 사는 이들의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무엇보다 방사능에 취약한 어린이들의 건강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문부과학성은 후쿠시마현 학교에서 학생들의 외부활동 제한기준을 어른의 피난 기준치와 똑같은 연간 20밀리시버트로 규정했다가 각계의 심한 반발을 산 뒤, 연 1밀리시버트 이하로 관리하겠다고 사실상 이를 수정한 바 있다.
후쿠시마현 현청 소재지인 후쿠시마시는 대표적인 핫스팟이다. 원전에서 60㎞ 떨어진 인구 29만명의 이 도시에선 16일 시간당 1.32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이 계측됐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0밀리시버트가 넘는다. 공원의 풀밭에선 지역에 따라 6마이크로시버트가 나오는 곳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체내 방사능 오염 검사를 받는 사람이 날마다 줄을 선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후쿠시마시는 유치원생과 초·중학생 전원에게 선량계를 나눠주기로 했고, 시내 방사선 측정 장소를 100여곳에서 1045곳으로 대폭 늘렸다. 시민들은 어린이들이 공원 등지에서 함부로 놀지 못하게 한다. 어린이들만 외지로 피난보내는 사람도 꽤 된다. 인구 34만명의 고리야마시도 방사선량이 시간당 1마이크로시버트를 크게 웃돈다.
지바현 북서부 지역도 주변에 견줘 방사능 수치가 아주 높다. 6월 초 문부성이 집계한 것을 보면, 가시와시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0.49마이크로시버트에 이른다. 마쓰도시(0.34), 아비코시(0.36), 나가레야마시(0.32)도 매우 높다. 이 일대의 방사선량이 특히 높은 것은 지난 3월15~16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따라 이동하다, 마침 내린 비와 함께 집중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지바현에 가까운 도쿄 동북지역도 방사선 수치가 높다. 공산당 도쿄도의회 의원단이 5월 초·중순 전문가들과 함께 측정한 것을 보면 가나마치 정수장이 있는 가쓰시카구에서 시간당 0.3~0.4마이크로시버트가 계측됐다. 아다치구(0.19~0.257)와 고토구(0.17)도 문부성이 신주쿠에서 계측한 0.06마이크로시버트의 3~4배에 이르고 있다. 이런 소식에 주민들이 공원 이용을 꺼리는 등 불안을 호소하자,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상세조사를 벌인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집단피난을 면한 사람들에게도 방사능 불안은 그렇게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사선량이 아주 높은 핫스팟에 대해서는 가구단위로 피난을 지원하겠다고 16일 밝혔다. 그러나 피난 지원 기준은 연간 누적 피폭량 20밀리시버트로, ‘피난구역’과 똑같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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