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전력업계 정치헌금 안받아 뚝심 가능…총리 연명책 의심도
“재생에너지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그만두겠다.”
사임 시기를 둘러싸고 민주당 집행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사임의 조건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재해복구비 마련을 위한 ‘공채특례법’과 함께 재생에너지 특별법 통과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이 법안은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면 전력업체가 미리 정한 가격으로 일정 기간 동안 사주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뼈대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안정적으로 장기투자할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간 총리 정부는 애초 이 법안을 지난 3월11일 국회에 제출했으나 대지진으로 처리가 미뤄졌다.
법안을 둘러싸고 일본 내 논란은 아주 뜨겁다. 재계 단체인 경단련은 이 법이 통과되면 전기요금이 올라 산업계에 부담이 커진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반면 탈원전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 법안의 통과가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문제를 연구하는 초당파 의원 모임에서도 이미 209명이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간 총리가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사임의 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데 대해서는 ‘총리 연명책’이란 비판도 있다. 그러나 간 총리가 그만큼 의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간 총리는 일본 정가에서 전력업계의 정치헌금을 받지 않은 드문 인물로 꼽힌다. 실제 간 총리는 이번 원전사태 뒤 원전 증설 계획을 백지에서 재검토하기로 하고 하마오카 원전의 운전 중단을 요구하는 등 일본 정계의 주류와는 다른 결정을 해왔다.
경제산업성은 최근 “모든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 단기대책에 문제가 없었다”며 멈춰서 있는 원전의 재가동을 촉구했고, 간 총리는 이를 승인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간 총리는 21일 블로그에 “30년 동안 해온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목표 그대로다”라고 강조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본 중의원은 22일 이날로 끝날 예정이던 정기국회 회기를 자민당 등 야당의 반대 속에 다수결로 70일간 연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집행부는 간 총리의 퇴진 시기나 회기 내 통과시킬 법안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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