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머리회전 등 검사책…미, 스포츠 재능 검사법 판매
전문가 “극히 일부만 설명가능…점치는 것과 비슷해”
전문가 “극히 일부만 설명가능…점치는 것과 비슷해”
간단한 유전자 검사로 자녀가 갖고 있는 잠재능력을 알아볼 수 있을까? 질병 예방이나 비만 대책 마련에 쓰이던 유전자 검사가 일본·미국 등에서 자녀의 재능을 파악할 수 있는 검사 방법으로 판매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다카라지마 출판사는 지난 5월 말 <유전자 검사로 잠재능력을 알 수 있다>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1600엔(약 2만1600원)인 이 책은 사람에게 있는 특정 유전자는 색채감각이나 도전정신 등 15개 항목과 관련돼 있으며, 이 유전자를 검사해 해당 항목의 잠재력이 우수한지, 보통인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생아 유전자 검사비(5만8000엔)에 견주면 재능을 알아보는 특정 유전자 검사비는 매우 싸다. 출판사는 독자들에게 항목당 1050~2100엔의 비용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구강 점막에서 직접 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면봉을 책에 부록으로 첨부했다. 검삿감(검체)을 보내면 중국 정부가 출자한 회사에서 검사를 해 두 달 뒤 결과를 보내준다는 것이다.
출판사는 이 책의 초판을 2만부나 찍었다. <아사히신문>은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유전자 검사를 신청한 사람은 절반 이상이 10살 미만”이라며 “‘머리 회전이 빠른지’를 알아보려는 검사가 60%를 넘어 가장 많았고, 사교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검사가 그다음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판매되고 있다. 주간지 <타임>은 지난 8일치 기사에서 “자녀가 어떤 스포츠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유전자 검사법을 최소한 두 곳의 회사가 판매하고 있다”며 “회사들은 이 검사를 통해 적어도 자녀의 몸에 해가 될 수 있는 운동을 피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검사의 효과를 의심한다. 안도 주코 게이오대학 교수(행동유전학)는 “2만개가 넘는 유전자 가운데 한 개의 유전자의 작용은 말하자면 오케스트라에서 한 사람의 연주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런 검사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야카와 쓰요시 후지타보건위생대학 교수(행동신경과학)는 “유전자 검사는 과학이지만 검사 결과를 능력과 연결짓는 것은 ‘점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부설 청년스포츠연구소의 래리 로어 코칭교육개발 국장은 “유전자 검사는 젊은이가 어떤 행동에 대해 가진 열정이나 투지는 측정할 수 없다”고 <타임>에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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