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실직·지자체 교부금 탓 노후원전 재가동 찬성
재계, 요금 인상따른 경제악화 이유로 탈원전 반대
재계, 요금 인상따른 경제악화 이유로 탈원전 반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사고를 계기로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원전 증설 계획을 백지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후 원전부터 순차적으로 폐쇄하라”는 여론에는 아직 침묵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제산업성이 점검을 위해 운전을 멈추고 있던 사가현 겐카이 원전 2, 3호기의 재운전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촉구하고 나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 원전이 위치한 겐카이초 정장(자치단체장)과 사가현 지사는 재운전에 긍정적인 태도다. 무엇이 ‘탈원전’의 결단을 어렵게 하는 것일까?
■ 원전에 의존하는 지역경제 겐카이 원전이 있는 겐카이초 주민에게 원전 재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얼버무리는 사람이 많다. “자식들이 원전에서 일하고 있어서…”라는 게 그 이유다. 8만명 안팎의 일본 원전 노동자 가운데 7만명이 협력회사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인데, 그 중 절반 가량이 원전이 있는 지역의 주민이다. 대안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 한, 이들에게는 탈원전이 곧 일자리를 잃는 것이 된다.
원전이 있는 지자체들은 원전 운전 중단에 더욱 부정적이다. 130만㎾짜리 원자로 1기당 지역에 주는 교부금이 운전 개시 전 10년간 450억엔, 운전 개시 뒤 35년간 1240억엔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자체에 따라선 교부금이 총수입의 절반에 육박하기도 한다. 겐카이 원전의 재운전을 가장 먼저 찬성하고 나선 것은 겐카이초였다.
■ 전기요금 부담 증가 우려 원료가격에 연동된 일본의 에너지 요금 체계에서 원전의 가동중단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많다. <요미우리신문>은 3일 일본학술회의 자료를 인용해, 원전을 현행대로 유지하면 2030년엔 전기요금이 월 372엔(현재 월 6000엔인 표준가정 기준) 줄어들지만, 내년 여름까지 원전을 모두 철폐하면 월 2121엔 증가한다고 보도했다. 2040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지하더라도 2020년 월 659엔, 2030년 월 1748엔 가량 부담이 커진다고 한다. 경단련은 기업 부담 증가와 이에 따른 경제 악화를 내세워 탈원전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물론 다른 분석결과도 있다. 모기 겐토 도쿄대 교수는 2050년까지 원전을 단계적으로 없애고 태양광발전으로 이를 대체해갈 경우 2020년대 중반 월 300㎾를 쓰는 가정의 전기요금이 180엔 가량 증가하지만, 대량생산이 현실화되는 2030년대에는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시산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펴는 쪽은 아직은 소수다.
■ 원전족의 강한 힘, 취약한 대항세력 전국을 10곳으로 나눠 지역별로 독점하고 있는 일본 전력업계는 원전을 짓기만 하면 수익이 보장되는 요금 체계 아래서 쉽게 돈을 벌어왔다. 거액의 홍보비로 매스컴을 무력화하고, 낙하산 인사와 정치헌금을 매개로 정관계와도 유착했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족’은 일부 타격을 입었지만, 원전을 지속추진한다는 자신감과 의지는 여전하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자민당 간사장이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 원전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온 데 대해 ‘집단 히스테리’라고 깎아내렸을 정도다.
시민사회에 탈원전 여론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이를 조직적으로 지원할 기반은 취약하다. 통신·인터넷 대기업인 소프트뱅크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기로 함으로서, 이제 막 힘을 보태기 시작한 정도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