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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원폭 66년…피폭 피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등록 2011-07-06 20:45수정 2011-07-06 22:52

8년전 ‘306명 방사능 후유증’ 집단 소송내 200명 승소
“피폭 영향 몇십년 뒤 나타나 후쿠시마 빨리 수습을”
1945년 8월6일 아침 8시15분 일본 히로시마시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간베 미와코(73)는 폭심지에서 4㎞가량 떨어진 시노노메초의 집에 있었다. 갑자기 창문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 그를 덮쳤고, 하늘엔 검은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3주 뒤 머리카락이 빠지고 몸에 반점이 나타났다. 함께 피폭을 당한 오빠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피폭 뒤 47년이 지난 1992년, 그는 갑상샘기능 항진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그의 병이 피폭의 후유증임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2003년 전국 각지에서 집단소송이 시작되자, 그도 합류했다. 5일 도쿄지방법원은 16명의 피폭자들이 정부의 원폭증 불인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간베 등 12명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 가운데 4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히로시마·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 66년이 지났지만, 피폭자 문제는 아직도 다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피폭의 영향이 질병으로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것이 피폭에 따른 것인지를 따지는 정부의 심사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피폭 후유증을 인정받지 못한 306명이 2003년 4월부터 18건의 집단소송을 내 이번 재판까지 200명가량이 승소했다. 그러나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지금도 많다. <아사히신문>은 “피폭자들이 정부에 신청해 지난해에 심사 결과가 나온 6435건 가운데 5000건이 기각됐다”고 전했다.

원폭 후유증임이 인정되면 정부가 월 13만7000엔의 건강수당을 지급한다. 도쿄지방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암, 심근경색, 간기능장애, 뇌경색, 갑상샘기능 항진증에 걸린 사람 외에 흉부 대동맥류를 앓는 피폭자에게도 피폭이 원인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원자폭탄의 방사능 영향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에도 차이가 있고, 피폭 당시 상황에 대한 정보 수집이나 분석에 한계가 있어 그 영향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며, 후유증임을 좀더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폭에 희생된 이들을 마음에 새기고 하나라도 더 많은 새 생명을 맞이하고 싶다는 뜻에서 조산사로 일해온 간베는 5일 열린 재판 보고모임에서 “아직 남은 22만명의 피폭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판결을 보지 못하고 지난 2월 사망한 모리 시게키의 아내 쓰루요는 “방사능 피폭의 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몇십년 뒤의 일”이라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어떻게든 빨리 수습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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