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직원들에게 “한달간 이용자제”
한국정부 “민간기업 향한 경고” 해석
한국정부 “민간기업 향한 경고” 해석
대한항공이 지난달 16일 신형여객기(에어버스 A380)의 인천~나리타 취항을 기념해 인천에서 독도까지 기자단 등을 태우고 시범비행을 한 일과 관련해, 일본 외무성이 소속 직원들에게 18일부터 한달간 대한항공기 탑승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14일 <아사히신문> 보도를 보면, 외무성은 지난 11일 북동아시아과장과 총무과장 이름으로 외무성 본청 공무원과 외국 주재 공관들에 이런 지시를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일본 외무성이 특정 항공사의 이용을 제한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대한항공의 독도 시범비행 직후 주한일본대사관 서기관을 외교통상부에 보내 ‘영토 침범’이라며 항의하고, 마쓰모토 다케아키 외상이 기자회견에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에 대해 제1야당인 자민당으로부터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추가 조처를 검토해왔으며, 탑승 자제 지시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외상이 이번 조처를 승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외무성의 이번 조처는 일본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 확산에 맞서 우리 정부가 독도의 시설물을 보완하는 등 실효지배를 강화하자, 이에 맞선 대응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쪽에서 (지난달 15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독도에 상륙하는 등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어 외무성도 강경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직원들은 일본 국적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번 조처가 대한항공의 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이번 조처에는 일본과 거래가 있는 한국 민간기업을 향해 독도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외무성의 조처는) 사실상 우리 민간기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제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현재의 양국 관계에 비춰 볼 때 이러한 조처는 일본이 취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런 면에서 실망스럽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서 이런 조처가 두번 다시 이뤄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처해줄 것을 일본 쪽에 당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손원제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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