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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제로금리 5년째 미국,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 맞나

등록 2011-08-11 20:50수정 2011-08-11 22:24

선진국 덮치는 장기침체 우려
미 1분기 성장률 0.4% 그쳐…취업자수 급감
영국 중앙은행도 3년째 연0.5% 저금리 유지
아사히신문 “선진 각국들 출구없는 미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9일(현지시각) ‘2년간 제로금리 연장’을 선언한 이후,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이 미국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2008년 12월 시작된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은 5년 가까이 이어지게 됐다.

일본은 1991년 거품 붕괴 이후 장기불황이 이어지자 금리를 점차 낮춰, 1999년 제로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가계의 이자소득이 줄어 소비여력이 감소하면서 물가는 떨어지고, 기업투자와 고용이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2006년 7월 폐지했던 제로금리 정책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부활했는데, 이제 더는 일본만의 것이 아니다. 미국과 함께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2009년부터 정책금리를 연 0.5%로, 사실상 제로로 유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해 11일 ‘제로금리의 덫’이란 기획기사에서 “제로금리 상태로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화’가 선진국을 덮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전망은 지난 6월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로이터> 통신 칼럼에 쓴 것이기도 하다.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은 잃어버린 10년으로 가는 중”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은 한때 대규모 재정투입 정책과 어울려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여겨졌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 6월 하순 미국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분기 경제성장률은 0.4%에 머문 것으로 최근 확인됐고, 6월 취업자 수 증가세는 급감하면서 낙관론이 사라졌다. 미 공개시장위원회가 위원 10명 가운데 3명의 강한 반대를 물리치고 제로금리의 장기화를 전격 천명한 배경이다. 버냉키 의장은 한때 제로금리 정책을 펴면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은행의 무능함을 비판했지만, 결국 자신도 장기 제로금리 정책에 의지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의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골드만삭스의 자산전략가인 데이비드 코스틴은 <블룸버그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경기침체 재발 우려로 단기간에 시장이 회복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사인 퍼시픽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인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블룸버그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당분간 급등락을 겪을 것”이라며 “이는 놀랄 일은 아니다. 우리 경제, 정책, 그리고 시장은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낙관론도 없지는 않다. 제이피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인 제이미 다이먼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고 <시엔비시>(CNBC)에서 말했다. 그는 “이것(경기침체 상황) 역시 지나갈 것”이라며 “그때가 3달 뒤일지, 6달 뒤일지, 아니면 9달, 1년 뒤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올려 제로금리 탈피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지금처럼 확산되면 현재 연 1.5%인 정책금리를 더는 올리기 어려워보인다. <아사히신문>은 “금리가 제로까지 떨어져 중앙은행이 시장에 자금공급을 늘려도 투자가 늘지 않고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는 상태를 ‘유동성 함정’이라고 부른다”며 “일본에 이어 선진 각국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로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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